끝나지 않은 오월 이야기, 은유로 풀어낸 그날의 진실
총알·태아 시선 통해 기록한
광주 항쟁의 아픔
그림과 글, 상징적 이미지로
연대의 감정 환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은 물론 세대를 아우르는 독자들에게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오월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직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은유적 화자를 빌려 오월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인다.
두 이야기 ‘꿈꾸는 총알’과 ‘아름다운 상상’은 각각 총알과 태아의 시선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과 그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꿈꾸는 총알’에서는 총알이 주인공이다. 자신을 할아버지의 몸속 장기로 알고 살아온 총알은 어느 날 병원을 찾은 할아버지의 몸에서 자신이 ‘총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죄책감에 휩싸인다. 가해자의 시선에서 느끼는 괴로움은 참회 없는 5·18 가해자들의 부재를 더욱 선명히 드러내며,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을 함께 되짚는다.
‘아름다운 상상’은 1980년 5월 총탄에 쓰러진 임산부 최미애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태어나기도 전 세상과 이별한 태아가 화자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가족과의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다 결국 그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아이의 시선은 그날의 잔혹함을 더욱 뼈아프게 느끼게 한다.
작가는 현재 오월미술관 관장으로 활동 중이다. ‘오월미술’에 대한 아카이빙에 오랫동안 힘써온 그는 오월 광주에 대한 책을 언젠가는 반드시 써야겠다고 마음먹어왔다. 미술관을 운영하며 마주한 수많은 오월의 기억들과 그 기억을 예술로 새기려는 작업들은 자연스럽게 이번 소설집으로 이어졌다.
그는 “6·25가 100년도 더 된 이야기처럼 느껴지듯, 광주의 오월도 어느 순간 그렇게 여겨질까 두려웠다”며 “내 손주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실제 작가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된 ‘꿈꾸는 총알’은 폐에 총알을 지닌 채 살아간 이의 삶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3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작가는 “총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초 중·고등학생을 위한 청소년 소설로 기획됐지만, 5·18을 모르는 성인 독자에게도 울림을 전하면 좋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이번 소설집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됐다. 책 속에는 당시의 성명서 일부도 함께 실려 이야기의 사실성과 현장감을 더한다.
이렇듯 끝나지 않은 오월의 상처를 되새기며, 이 책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슬픔과 책임, 연대의 감정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한편 범현이 작가는 대학에서 미술을,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16년 무등일보에 ‘거위의 집’으로 등단했다. 오월미술관을 운영하며 오월미술의 기록과 가치 그리고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을 받았고, 2019년 목포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펴낸 책으로는 미술 에세이 ‘글이 된 그림들’, 단편집 ‘여섯 번째는 파란’이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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