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불 대응 체계 전면 개편 제안... ‘산불 주관 기관 논쟁' 예고

정민승 2025. 6. 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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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불 업무 소방에 넘기고 예방·복구에 집중"
30년 반복 산불 주관 부처 논란 때마다 "산림청이..."
이번엔 바뀔지... 소방청 "원하지만, 화재 조건 달라"
입법조사처 "싸움 아닌, 국가자원 효율 이용 논의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입법조사처 산불 특별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 발표회장에 국회의장이 참석,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왼쪽은 이관후 입법조사처장. 뉴스1

지난 3월 경남과 경북, 울산에서 난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한 뒤 국회입법조사처가 산불 대응 체계 전면 개편을 제안하는 특별보고서를 냈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영남 산불에서 31명이 사망하고 산림 10만4,000ha, 주택과 공공시설 5,646개가 소실되는 역대 최악의 산불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산불 대응 문제에 국회입법조사처가 뛰어든 셈으로, 재난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앞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가 27일 발표한 특별보고서는 증가하는 대형 산불 대응을 위해 △산불 예상과 △대응 △피해 복구 단계로 구분해 정책을 제안했다. 소나무(송진) 중심의 수종이 산불 확산을 부추기는 만큼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 조성 확대를 시작으로, 드론 감시체계 상시화, 권역별 산불감시센터 설치, 대피체계 현장 이행력 확보, 문화유산 보호 현장성 유연성 확보, 동물구호체계 마련 등을 담았다. 특히 현재 경북 산불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재난지역 피해보상 범위 및 기준 현실화, 이주 등 지역소멸 방지 방안 마련 문제도 짚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산림청 등 관계 기관이 후속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의 모든 대책이 총망라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법안으로 뒷받침해 준다면 지자체나 정부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2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휘 체계 전면 개편 필요성을 역설한 부분이다. 산불 크기에 따라 구분된 현행 산불 진화 현장 지휘체계를 소방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산불 주관기관은 산림청이지만, 초기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휘하고, 이후 규모에 따라 광역단체장, 산림청장으로 지휘권이 이양된다”며 “이런 체계는 무엇보다 초기 진화가 중요한 산불 대응에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즉, 각 지자체와 산림청이 가진 산불 진화 지휘권을 소방에 넘기고, 지자체는 주민 대피 지원,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복구에 전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산림청이냐, 소방청이냐’ 산불 진화 지휘권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조사처에서 팔을 걷고 나선 만큼 정부 차원의 논의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입법조사관은 “(산불 문제에 대해) 계속 참아 왔다”며 “더 이상 산림청에만 맡겨둬선 안 되는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산불 지휘권 문제는 1996년 4월 경남 울주, 강원 인제·고성 등지에서 난 큰 산불로 논란이 있었고, 국무총리가 주재한 관련 부처 장관 회의에서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산불에 전문성을 가진 산림청이 전담하되, 산불종합방지대책을 수립해 대응력을 키우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부조직진단, 정권 교체 때마다 산불 주관 부처 문제 이야기가 나왔지만, 산림청이 산불을 진화하고, 소방청은 민가와 시설물 보호로 정리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나무를 심고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산림과 해당 지형을 많이 익히고 현지 주민과 소통하는 산림 공무원들의 특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청은 산불 진화 지휘권을 가져오는 데 대해서도 싫지 않은 분위기다. 소방청 고위 관계자는 “조직 확대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산불 업무 이관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며 “그러나 주택이나 건물 등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화하는 소방관과 산불이 난 곳의 지형, 수종, 임도, 기상 정보를 분석해 대응하는 산불진화대 사이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행안부는 관련 논의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는 소방청과 달리 산림청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감독과 지휘를 받는 탓에 부처 갈등으로도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처장은 “초유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산림청 행안부 등 관련 기관의 책임 있는 사과는 없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의 보고서인 만큼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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