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연기만 보여도 뛰쳐나가" 트라우마에 갇힌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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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뭔가 약 치는 모습만 보여도 동네 사람들이랑 놀라서 뛰어올라가요. 멀리 뿌연 연기만 있어도···."
안동에서 산불을 목격한 또 다른 주민은 "바람이 하도 세서 가만히 서 있던 사람도 떠밀려 날아갔을 정도"라며 "처갓집은 양말 한 켤레 못 가져오고 집이 다 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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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덮친 '그날'에 삶 멈춰
240여명 PTSD 고위험군


“산에 뭔가 약 치는 모습만 보여도 동네 사람들이랑 놀라서 뛰어올라가요. 멀리 뿌연 연기만 있어도···.”
마을 사람들의 시계는 100일이 지나도 아직 산불이 덮친 3월 그날에 멈춰 있었다. 24일 경북 의성에서 만난 주민 박 모 씨는 “자다가도 10분 만에 벌떡벌떡 깬다”면서 “트라우마가 이런 건가 싶다”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의성 주민 김 모 씨는 “숨이 붙어 있으니 살아 있을 뿐이지 처음에는 그냥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지금도 이곳 사람들 일부는 배변 장애를 포함한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불덩어리가 포탄처럼 날아 마을을 덮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이들을 괴롭히고 있어서다. 영덕의 한 주민은 “불길이 넘어오던 순간은 말 그대로 전쟁 같았다”면서 “동네 노인들은 그나마 피난이라도 갈 수 있었던 6·25 때보다도 피할 데가 없는 이번 산불을 더 무서워했다”고 전했다. 안동에서 산불을 목격한 또 다른 주민은 “바람이 하도 세서 가만히 서 있던 사람도 떠밀려 날아갔을 정도”라며 “처갓집은 양말 한 켤레 못 가져오고 집이 다 탔다”고 말했다.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천년 고찰 고운사까지 불탄 사건은 의성 단촌면뿐만 아니라 경북 주민들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고 한다. 이 절이 대한불교조계종 16교구 본사일 뿐 아니라 경북 중북부를 아우르는 중심 사찰로 꼽혀서다. 안동 주민 박 모 씨는 “지역 문화의 거점이자 재난 시 기도처 역할도 했던 곳이 고운사”라며 “번진 불에 주저앉은 모습을 봤을 때 ‘이제 우리 지역은 끝났구나’ 싶었다”고 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의심될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북도는 산불 이후 9152명의 심리 상태를 상담한 결과 240명을 고위험군으로 판단하고 전문 의료기관에 이관했다. 의성 출신으로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며 공동체 회복 활동을 해온 이현숙 씨는 “이곳 주민들 중에는 산불이 자신의 동네를 넘어 다른 지역에까지 번졌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분도 있다”며 “정서적인 재난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규모도 컸고 복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애도하거나 감정을 추스를 기회도 없이 시간만 흘러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의성·영덕·안동=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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