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물 복용 수십만명…운전 규정 미비
운전 금지 약품 기준 '애매모호'
“처방약 먹은 이유 가중처벌 잘못”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 정신과 처방 약 복용 추정 인구가 수십만 명에 달하지만 약물 운전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한 행위인지 모른 채 약을 복용한 뒤 운전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경기지역 공황장애 환자는 약 18만명으로 추정된다. 우울장애는 약 19만명, 불안장애는 약 35만명이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이러한 항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하고 운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전문의약품을 말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항정신성의약품의 위험 정도에 따라 '가' 항목에서 '마' 항목까지 세분화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항목의 약품들이 복용 후 운전이 금지되는지 법적 기준이 불분명한 실정이다. 일반 환자들은 자신이 먹는 약이 운전하는 데 주의가 필요한 약물인지도 의사의 조언 없이는 알기가 쉽지 않다.
지난 8일 개그맨 이경규 씨가 서울 한 골프연습장에서 자신의 차가 아닌 다른 차를 운전하고 사고를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씨는 사고 전날 공황장애 처방약과 감기약을 함께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정신과 처방으로 약을 복용해 온 시민들은 자신들이 먹는 약이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A(26) 씨는 "사건을 보고 복용해 온 항우울제, 항불안제 약 성분을 확인했는데 운전에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었다"며 "진료 당시 의사에게 주의사항을 물었으나 운전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죄에 적용되는 마약과 의료용 약품을 같은 항목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처방 약을 먹고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받는 것은 잘못됐다"며 "불법 구매나 오남용 정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복용 자체만으로 범죄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 자체가 아직 편견이 심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별도 의료 행위로 취급하거나 국민 의식 수준에서 설명이 잘 되도록 유도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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