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용인술’ 읽는 키워드…‘흑묘백묘론’ ‘견제와 균형’ ‘속도와 안정감’

김종일 기자 2025. 6. 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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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인선 뜯어보면…진영·출신·관행 허물고, 어느 한쪽에 힘 실지 않아
봉욱 임명에 담긴 ‘실용’코드…檢 출신 ‘비판’보다 檢 출신이라 ‘개혁’ 적임자에 방점
재생에너지파 김성환-원전파 김정관 균형 맞춰…대북통 이종석-미국통 위성락 ‘양날개’
‘국정 철학’ 공유하는 현역 의원 전진배치…개혁 속도 높이면서도 내각 안정감 꾀해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호국 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국가유공자 및 유족, 보훈단체장, 특별초청자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인사는 메시지다. 특히 대통령이 단행하는 인사는 그 자체로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탁한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재명식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실용'이다. 

이 대통령은 지역·성별·출신 대학 등을 안배하던 기존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정책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와 상징성 있는 인물을 대거 발탁하고 있다. '성과 우선주의'라는 실용적 철학에 따라 작은 논란보다는 이재명 정부가 겨냥한 주요 개혁과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봉욱 임명에 담긴 '이재명식 흑묘백묘론'…"檢 개혁하려면 檢 잘 알아야"

29일 임명된 봉욱(60·사법연수원 19기) 대통령실 민정수석 지명이 이 대통령의 '흑묘백묘론' 실용주의 인사 기조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봉 수석은 검찰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사이지만, 직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한 만큼 민주당 안팎에서 '과연 검찰개혁에 어울리는 인사가 맞느냐'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검찰 출신인 탓에 강도 높은 검찰개혁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차명 재산 의혹으로 낙마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 역시 검찰 출신인 탓에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개혁을 위해서는 그 조직을 잘 아는 관료 출신이 필요하다는 인사 철학을 고수했다. 검찰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검찰개혁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에 비법조계·비검찰 출신을 중용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봉욱 신임 민정수석은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검찰 출신이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장, 2009년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등 특수·공안 부서를 넘나들며 근무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정책기획과장 등을 거치며 정책·기획 역량을 더 인정받았다. 서울 출생으로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를 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검찰총장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다. 당시 경쟁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2019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대검 차장이었던 봉 수석은 검찰을 떠났다. 이후 개인사무실을 열어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2년 10월부터 직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검찰 안팎에서 합리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추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강 비서실장, 봉욱 민정수석비서관.ⓒ연합뉴스

산업·에너지 라인도 김성환-김정관 '견제와 균형'

'이재명식 견제와 균형' 인사 기조를 잘 보여주는 인사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 사장이 꼽힌다.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종합정책과장, 경제분석과장 등 기획재정부에서도 요직을 역임하며 정책라인의 '에이스'로 평가받던 김 후보자다. 

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 사장을 맡으며 그룹의 핵심 사업인 원자력 발전 수주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에너지 믹스'에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환경부 장관에는 '재생에너지파'로 분류되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김 후보자는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수행 과정에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원전 대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외교·안보 진용을 짤 때도 '견제와 균형' 원리를 중시했다. 대표적 '자주파' 인사로 꼽히는 '대북통'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동맹파'로 꼽히는 '미국통'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함께 기용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실용주의 기조 속 상호 견제를 동시에 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이던 2023년 3월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국정철학 공유하는 현역 의원 중용…빠르지만 진중하게 간다

이 대통령이 내각 인선을 통해 던진 또 하나의 메시지는 '속도'와 '안정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이날까지 발표한 주요 장관 인선을 보면, 경제 라인을 제외한 다른 국정 영역에서는 현역 정치인들을 중용하며 '깜짝 발탁'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각각 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윤호중 의원이 낙점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정동영(통일부), 안규백(국방부), 김성환(환경부), 전재수(해양수산부), 강선우(여성가족부) 후보자를 비롯해 전직 의원인 권오을 국가보훈처 장관 후보자까지 정치인 출신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정치인 중용 인선에는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코드를 맞춰온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성과 중심' '개혁 속도'라는 이 대통령의 요구를 빠르게 이행할 수 있으면서도, 정치인 특유의 업무 장악력을 발휘해 내각에 안정감도 줄 수 있다는 점이 두루 반영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현역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경우가 없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정감을 주는 또 다른 인사로는 당장 실무에 뛰어들 수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거론된다. 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북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로서 관세 및 방위비 협상 등 현재 이슈가 산적한 대미 외교를 포함한 국제외교 무대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5년 5월13일 총괄선대위원장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울산광역시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선 경쟁자 김경수 중용…'탕평'과 '혁신'도 꾀해

이 대통령은 내각에 현역 의원들을 전면 배치하면서도 '혁신'과 '탕평'이라는 키워드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도 드러냈다. 장관급 인사인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 지난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촉한 게 대표적 '탕평 인사'라는 평가다.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지명하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탕평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유경 식약처장 유임 결정도 내렸다. 

'혁신 인사'의 대표적 인물로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안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하면 5·16 군사정변 이후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이 나오게 된다. 문민 국방장관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되다 불발된 과제로, 지난 64년간 국방장관은 장성 출신만 기용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해 국방정책은 대통령과 장관이 지휘하고, 군은 전문성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문민 통제'라는 본령을 회복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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