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취 입수] “남편 보복 두려워” 절규에… 경찰 “집에 안 오게 돈줘라” 보호는 뒷전, 금전지원 종용

정선아 2025. 6. 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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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되기 하루 전 인천삼산경찰 측과 통화
윽박지르듯 하거나 금전 지원하라 회유도
안일한 피해자 신변보호·늑장 대응 드러나

자택 주변에 CCTV 설치 등 논의하기로 한 날
접근금지 명령 해제되자 자택 현관서 살해돼
위협 거듭된 일주일간 최소한의 보호 못 받아


흉기를 들고 가정폭력을 저질렀던 남편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살해되기 전날까지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아내에게 경찰이 보호 조치는커녕 “남편도 집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고 질책하거나, 금전 지원을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인일보는 60대 남성 A씨가 아내 B씨를 자택 앞에서 무참히 살해하기 하루 전인 지난 18일 오후 4시29분께 B씨가 인천삼산경찰서 측과 통화한 이 같은 내용의 녹취 파일(7분58초 분량)을 추가로 입수했다.

국민적 공분을 산 화성 동탄 납치 살인 사건에 이어 인천 부평 가정폭력 살인 사건에서도 피해자 신변 보호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판단과 늑장 대응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 “문 따고 들어가도 못 막아” 남편 재범 두려워한 아내 좌절

6개월 전 이들 부부의 가정폭력 사건을 담당한 삼산서 측은 ‘접근금지’(임시조치) 명령이 풀린 A씨가 수차례 아내를 찾아가 위협하고, 경찰서에서도 “잠잘 곳도, 밥 먹을 곳도 없으니 경찰이 책임지라”고 난동을 부리자 위험 징후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6월24일자 6면보도)

B씨와 통화에서 삼산서 관계자는 “혹시 (B씨) 신변에 문제가 생길까봐 저희는 걱정을 한다”고 운을 떼며 “A씨(남편)한테 돈을 얼마 줘서 이혼할 때까지 살라 하고 연락하면서 재산 분할 같은 건 어떻게 할지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 부부 사이인데 남편 내쫓아서 집에 들어오지 말라 이건 안 된다. 그 사람도 집이 없으면 오갈 데가 없는데 우리(경찰)도 강제로 ‘오면 안 됩니다’라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접근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로 회유하기도 했다.

생활고를 겪고 있던 B씨는 “그건 생억지와 같다. 돈 자기 맘대로 써놓고 누구보고 돈 달라고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삼산서 관계자는 “그건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안 된다. 제가 그 돈을 훔쳤느냐”고 윽박지르듯 하며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 들어오지 마라, 니 알아서 해라’ 그렇게 하면 아주머니(B씨)도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A씨가) 도어락 열쇠 기사를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가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도 했다.

이 말은 들은 B씨는 체념한 듯 탄식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17일 가정폭력 사건 이후 ‘임시조치’(접근금지 명령 등)가 풀린 A씨가 자신을 수차례 찾아오자,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꾸고 경찰에 적어도 3차례나 ‘임시조치 시행·연장’을 요청할 정도로 A씨의 재범을 두려워했다.

이날 통화는 A씨가 삼산서를 다시 찾아와 “접근금지 명령이 끝났는데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하자, 경찰이 B씨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이뤄졌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21일 오후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5.6.21 /연합뉴스


■최소한 보호 조치도 없이 경찰은 “떡이라도 줘라, 양보해라” 채근

삼산서 관계자는 이어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아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폐쇄회로(CC)TV 설치해도 의미 없다. 솔직히 (집에) 안 들어오게 하려면 떡이라도 주고 보내야지, 그냥 채찍만 휘두르면 사람이 좀 욱해지고 반발 심리가 생긴다”며 B씨에게 “양보할 거 양보해라”고 채근했다. CCTV 설치와 같은 신변 안전 조치도 A씨와 연락하거나 만나 이혼 절차를 논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취지였다.

통화 초반에는 A씨에게 돈을 줄 수 없다며 경찰에 하소연하던 B씨는 단념한 듯 듣기만 하다 중간중간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만 답했다.

삼산서 관계자는 “A씨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문자로 넣어주겠다. 연락해보고 돈 받는다고 하면 줘라. 그건 B씨의 자유”라며 통화를 마쳤다.

유족 측에 따르면 B씨는 간병인으로 일하다 팔꿈치 인대 파열로 일을 못 하게 돼 가정 형편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으나, 이 통화 이후 낙심하며 A씨에게 거액을 줘서라도 집에 오지 못하게 막아야 할지 고민했다.

공교롭게도 B씨가 살해된 19일은 그가 경찰서를 방문해 스마트워치를 받고 자택 주변에 CCTV를 설치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B씨는 접근금지 명령이 해제된 A씨의 위협이 거듭된 일주일간 최소한의 보호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인천 부평구 부평동 자택 현관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29일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따로 밝힐 입장은 아직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선아·송윤지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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