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계 측정 시스템, 행성지능 [김형준의 메타어스]

한겨레 2025. 6. 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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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껏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거침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행성 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통해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더 공평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

행성 지능의 어깨에 올라 지구의 한계선을 명확하게 바라봄으로써 인류는 비로소 공존하는 성장의 길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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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인류는 지금껏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거침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지구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가 아니었다. 과학계가 울리는 경고음은 명확하다. 스톡홀름회복력센터의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öm)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제안한 ‘행성경계(Planetary Boundaries)’, 즉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토지 이용 변화, 생지화학적 순환, 담수 이용, 새로운 오염물질, 오존층 파괴, 해양 산성화, 에어로졸 증가의 9가지 요소 중 전자 6개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의 근간을 뒤흔드는 지구 시스템의 위기다.

어떻게 이 한계선 안에서 지속 가능하게 번영할 것인가?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행성 지능(Planetary Intelligence)’에 있다. 행성 지능은 인공위성이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 센싱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과 지구 물리를 융합하여 지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분석하는 기술적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건강검진 시스템과 같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벌목 현황을 픽셀 단위로 추적하고, 북극 빙하의 두께 변화를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하며, 전 세계 농경지의 토양 수분 함량을 분석해 가뭄을 예측한다. 과거에 수십 년이 걸렸을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행성경계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라면, 행성 지능은 그 경고등의 상태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계기판이다.

행성 지능은 단순히 환경 감시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공정한 기후 미래와 새로운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 기후 위기의 피해는 전 세계에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은 대부분 대응 역량이 부족한 저개발국에 집중된다. 이 국가들이 행성 지능을 활용해 자체적인 데이터 기반 적응 능력을 키운다면 기후 불평등의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나갈 수 있다.

또한, 행성경계를 지키는 것은 더 이상 성장을 저해하는 ‘비용’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다. 행성 지능은 이 기회를 포착하고 현실로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밀하게 예측해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돕고 인공위성으로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환경파괴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데 필요한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장밋빛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행성 지능이라는 막강한 힘이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강대국에 독점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 식민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주권과 공유에 대한 새로운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각국이 자국의 데이터를 통제할 권리를 가지되,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과 같은 기술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문제가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행성경계는 인류에게 주어진 명확한 제약 조건이다. 그러나 행성 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통해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더 공평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 행성 지능의 어깨에 올라 지구의 한계선을 명확하게 바라봄으로써 인류는 비로소 공존하는 성장의 길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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