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국제학교 유치, 4년 집념 결실… 고비마다 역량 발휘한 공무원들
교육 인프라·고덕신도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대

최근 선정·발표된 평택 고덕 국제학교 유치(6월17일자 8면 보도)는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한 평택시의 4년 여정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LG 등 다국적 기업과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 2곳이 위치한 평택시는 산업·안보·경제적으로는 괄목할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정주 여건 중 교육 인프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시는 국제학교 유치를 통한 ‘교육도시 평택’ 도시 브랜드 구축을 위해 2021년부터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협상은 파도 타듯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됐다.
특히 국내 법령상 비영리 외국교육기관이 직접 설립·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은 유치 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책임과 비용 부담이 모두 본교 측에 집중되는 구조로 인해 2022~2023년까지 진행된 1차 공모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내부 이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잇따라 철회했고, 회의적인 여론은 점차 확산됐다.
그러나 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4년 5월 예비협상 대상자 모집을 다시 시작했고, 17개 학교로부터 제안서를 접수받는데 성공했다. 이중 4개교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시는 각 학교 이사회와 수차례에 걸쳐 실무 협상을 이어갔다.
협상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민감하게 진행됐다. 해외 학교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법령 체계에 대한 우려, 한국의 정치·사회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본교가 지방정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
최종 선정 요건으로 요구된 이사회의 구속력 있는 의결서 제출은 대부분 학교에 있어 ‘넘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 의결서는 단순히 ‘설립에 동의한다’는 의미를 넘어, 평택시와의 향후 계약 체결을 전제로 구체적인 협상 내용과 조건을 명시하고 본교 차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중요한 문서였다.
다시 말해 선정 이후 실제 설립 단계까지 절차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련된 사전적 안전장치였다. 책임이 큰 사안인 만큼, 외국 학교 이사회도 그 무게를 감안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시는 4개 학교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행정적·실무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안아야 했다. 학교마다 요구사항과 협상 방식이 달라 같은 설명에도 학교별 해석과 반응이 제각기 달랐다.
이에 시 미래전략과 실무진들은 ‘협상의 속도와 방향을 균형 있게 조율하며 모든 학교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고도의 전략과 세심한 조정 능력이 요구됨을 파악’한 뒤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모든 후보 학교가 공정한 조건에서 최종 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상의 협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도시가 지닌 산업적·문화적 강점과 국제학교 설립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진심을 담아 전달했다.
시 실무팀의 설득에 신뢰가 쌓였고, 이 과정은 해외 학교들이 평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전환점이 돼 내부 결정 유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16일 평택시는 마침내 고덕국제신도시 내 국제학교 설립·운영법인으로 미국의 141년 전통 명문 사립학교 ‘애니 라이트 스쿨’을 최종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무팀의 피 말리는 유치 활동에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는 미국과 영국계 4개교를 대상으로 한 국제학교 선정위원회의 평가 결과로, 애니 라이트 스쿨의 설립 의지, 국제적 명성, 실현 가능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니 라이트 스쿨은 1884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에 설립된 전통 있는 교육기관으로, 미국 내 상위 5% 고등학교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졸업생의 30% 이상이 MIT, 스탠퍼드, 프린스턴 등 세계 100대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이번 평택 분교 설립은 본교 이사회의 만장일치 승인으로 확정됐으며 지역 학생 우선 선발 등 시의 주요 제안도 모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교는 고덕국제신도시 에듀타운 내 6만6천㎡ 부지에 설립되며, 총 2천 명을 수용하는 K-12(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개교 목표는 오는 2028년 8월이며 올해 말 실시협약(MOA) 체결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 학교 설계 및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정장선 시장은 “애니 라이트 스쿨의 유치는 단순히 한 개의 국제학교를 유치한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교육 인프라의 질적 도약,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 고덕신도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도시 전반에 걸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중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택/김종호 기자 kik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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