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평생주택의 ‘차’별화된 입주 조건 [전국 인사이드]

이삼섭 2025. 6.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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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없는 사람만 입주할 수 있습니다."

최근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가 자동차 미보유자만 입주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계획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조건에 고가 자동차를 소유할 수 없도록 못 박는 건 일반적이지만, 자동차 소유 여부를 입주 조건에 다는 건 이례적이다.

자동차가 일상 필수재인 계층에겐 '차가 있다는 이유로 입주 불가'라는 조건이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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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 들어서는 광주형 평생주택 조감도. ⓒ광주광역시 제공

“자동차 없는 사람만 입주할 수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완공되는 460세대 규모의 ‘광주형 평생주택’에 이 같은 입주 조건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로 자동차와의 전쟁을 선포한 광주시가 ‘차 없는 아파트’를 실험할 곳으로 여기를 지목하면서다.

2023년 열린 착공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차 없는 이들에게 우선입주권을 주겠다고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실제 그렇게 할까?”라며 반신반의하던 분위기였다. 최근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가 자동차 미보유자만 입주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계획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조건에 고가 자동차를 소유할 수 없도록 못 박는 건 일반적이지만, 자동차 소유 여부를 입주 조건에 다는 건 이례적이다.

선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도 역세권 청년안심주택에서 차량 소유를 금지했다. 하지만 후에 실수요자 반발과 생활 여건을 반영해 차량 가격 기준으로 완화했다. 광주형 평생주택이 ‘차 없는 공공임대주택’을 끝까지 관철한다면 최초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현존하는 국내 유일한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는 이 실험을 ‘대자보 정책’의 연장선으로 제시하고 있다(제898호 ‘자동차 권력에 맞서는 광주의 대·자·보’ 기사 참조). 도로 위에서 차를 지워내고 그만큼 사람들이 누릴 공공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차량 부딪힘과 매연, 경적소리 없이 보행이 가능한 온전한 ‘도심 공간’의 축소판을 그려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명분도 충분하다. 광주형 평생주택은 누구나 살고 싶은 고급 공공임대주택이 목표다. 실제 설계 공모를 통해 당시 공공임대주택으로 파격적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토지비를 제외한 건축비만 1405억원이 들었는데 세대당 3억원이 넘는다. 반면 임대료는 소득에 따라 낮게는 시세의 30% 수준이다.

저렴한 데다 주거 환경까지 좋다 보니 어떻게 보면 입주 자체가 큰 특혜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은 사회와 도시에 기여한다는 면이 있기에 입주 자격에 자동차 유무가 들어가는 건 일면 타당해 보인다. 내년 말 개통하는 도시철도 2호선 역세권인 데다 버스 이동 역시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도 ‘차 없는 아파트’로 낙점받은 조건이다.

‘배제’ 아닌 ‘혁신’으로 공감 얻으려면

그러나 추진 방식을 두고는 논란이 적잖다. 이미 한 세대당 1면씩 계획해놓은 주차장 활용은 부차적 문제이다. “이론상으로는 괜찮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서울처럼 도시철도를 중심으로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게 콤팩트(압축)된 도시 정도는 돼야 해요. 광주는 차 없이 다니기가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대자보 정책과 연계를) 다른 각도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에서 보행 친화 공간 조성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의 말이다. 해당 주거지가 역세권이라곤 해도 여전히 광주는 대중교통만으로 충분한 이동이 어려운 구조로, 대체 교통망과 보행 친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역효과가 더 클 것이란 우려다.

자동차가 일상 필수재인 계층에겐 ‘차가 있다는 이유로 입주 불가’라는 조건이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또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에 살기 위해선 ‘차 없이 살라’는 조건은 선택보다는 불평등에 대한 강요로 읽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편법과 꼼수에 능한 이들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지속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배제의 정책’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광주시의 대자보 정책은 한정된 지역이 아니라 도시 전역에 뿌리내려야 할 정책이다. 정책이 시민의 선택지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공감보다 반발을 먼저 살 수 있다. 광주시의 첫 번째 실험이 ‘혁신’이 아니라 ‘제한’으로 기억되면 제2, 제3의 실험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삼섭 (<무등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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