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문양처럼... 'Z'는 왜 러시아 군의 상징이 됐나

송옥진 2025. 6.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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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기색의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는 딸.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내세운 상징은 알파벳 'Z'다.

러시아의 징병 포스터에도 '게오르기예프 리본(검은색, 오렌지색 줄무늬 리본으로 승리와 애국을 상징)'으로 만든 Z가 쓰인다.

러시아 서쪽서 침략했으므로 'Zapad(서쪽)'의 머리글자라거나 혹은 'Za pobedu(승리를 위하여)'의 'Za'(위하여)에 해당하는 Z라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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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마쓰다 유키마사, 전쟁과 디자인
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퍼레이드 리허설이 열린 지난달 7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통제된 도로 옆 건물에 게오르기예프 리본으로 만들어진 'Z'가 걸려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난감한 기색의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는 딸. 딸의 손가락은 영국의 승리가 기술된 역사책을 가리킨다. 아들은 장난감으로 전쟁놀이를 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사방에 나붙은 '아빠는 전쟁 때 뭘 했어?'라는 모병 포스터다. 참전하지 않으면 훗날 자녀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과 선전, 선동(프로파간다)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핵심엔 디자인이 있다. 디자인은 동사로 쓰면 '설계하다' '꾀하다'는 뜻이다. 책은 전쟁의 역사에서 프로파간다로 사용된 '그릇된 디자인' 중에서도 색, 상징, 말을 다룬다. 전쟁 통에 피아를 구분하는 표식으로써, 살인이라는 비윤리적·비합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써 잘 만든 문양, 잘 만든 문구 하나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디자인의 힘을 일찌감치 깨우친 일부 국가는 전쟁을 시작하며 광고대행사를 고용했다.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크로아티아는 미국의 PR회사를 고용했고, '아빠는 전쟁 때 뭘 했어?'라는 문구도 영국 광고회사가 고안했다.

1914년 디자인 된 '아빠는 전쟁 때 뭘 했어?' 포스터. 영국 광고회사가 만든 모병 포스터다. 교유서가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2022년 러시아 지하철에 붙은 징병 포스터. 오른쪽엔 '내가 해야 할 일(군대 지원)'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포스터 한 쪽엔 지원 자격으로 '18세 이상, 단기 계약, 월 수입 42만~70만 원, 박격포병 등의 군무, 경험 불문'이라고 적혀 있다. 군무가 박격포병인데 경험 불문이라니,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가. 교유서가 제공

디자인의 위상은 현대전에서 더욱 높아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미지 한 장이 전쟁의 정당성을 포함한 국제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라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책에선 '푸틴 전쟁'이라고 명명함) 이후 단어 하나까지 통제한다. '전쟁'이란 단어 말고 '특별군사작전'을 쓰도록 하고, 'NO WAR(전쟁 반대)'에 해당하는 러시아어는 금지됐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내세운 상징은 알파벳 'Z'다. 러시아의 징병 포스터에도 '게오르기예프 리본(검은색, 오렌지색 줄무늬 리본으로 승리와 애국을 상징)'으로 만든 Z가 쓰인다. Z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한다. 러시아 서쪽서 침략했으므로 'Zapad(서쪽)'의 머리글자라거나 혹은 'Za pobedu(승리를 위하여)'의 'Za'(위하여)에 해당하는 Z라고들 한다.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 Z는 공포의 대상이자 슬픔과 비극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애꿎은 Z만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처럼 악행의 상징으로 금지될 운명에 처했다.

미국 시사만화가 애덤 지글리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치의 유사성을 표현한 캐리커처. 교유서가 제공
전쟁과 디자인·마쓰다 유키마사 지음·조지혜 옮김·교유서가 발행·324쪽·2만5,0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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