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트랙터가 70m나 딴 길로…태양 폭풍 이렇게 무섭다고?
트랙터 장착된 GPS에 심각한 오류

지난해 5월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지상에서 자율주행하는 농업용 첨단 트랙터들이 실제 위치보다 최대 70m나 벗어나 움직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율주행 과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태양 활동에 따라 언제든 반복될 수 있어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JGR 스페이스 피직스’를 통해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지난해 5월10일(현지시간) 미국 내 농업용 첨단 트랙터들의 운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태양 폭풍이란 태양 표면에서 전자와 양성자 등 고에너지 물질이 다량 방출되는 현상이다. 지난해 5월 초 태양 폭풍이 발생한 뒤 이 물질이 지구로 날아들면서 지구 자체 자기장, 즉 지자기장이 교란됐다. 당시 교란 정도를 뜻하는 지자기 폭풍 등급은 ‘G5’였다.
G5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기상예측센터(SWPC)가 발령하는 지자기 폭풍 등급(G1~G5) 가운데 최고치다. G5가 나타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G5 발령 당시, 미국 중부에서는 트랙터 실제 위치와 GPS가 가리키는 위치가 최대 70m까지 차이 났다. 남서부에서는 20m 오차가 생겼다.
이 정도면 트랙터가 울타리를 넘어 아예 다른 농장을 침범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시 농민들은 트랙터 사용을 중단했다. GPS는 평소 수㎝ 단위로 트랙터를 정밀 유도한다.
미국에서 GPS 장착 트랙터는 2010년대 후반 이후 빠르게 보급됐다. 현재 미국 농부 절반 이상이 쓰는데, GPS를 길잡이 삼아 농장 내 정해진 길을 스스로 움직인다. 일일이 농민이 운전석에 올라타지 않아도 알아서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고, 수확을 한다. 노동력을 절감하고 야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한다. GPS 장착 트랙터는 한국에서도 점차 보급되고 있다.
연구진 분석 결과, 트랙터가 제멋대로 움직인 직접적인 이유는 태양 폭풍으로 전리층이 심하게 교란됐기 때문이다. 전리층은 고도 약 50~1000㎞에 펼쳐진, 전기적 성질을 띤 공기층이다. 태양 폭풍 때문에 생긴 지자기 폭풍이 전리층을 마구 휘저었고, 이 때문에 전리층에서 일종의 ‘공기 파도’가 생겼다. 그 영향으로 지구 궤도의 GPS 발신 위성이 쏜 전파가 지상의 트랙터에 닿지 않고 다른 곳으로 튄 것이다. 전례 없는 트랙터의 위치 오차가 나타난 이유다.
문제는 태양 폭풍은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GPS 신호 처리 기술을 더 향상시키고 전리층의 변화 양상을 실시간으로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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