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죄, 말하려던 죄?”… 용주골 성노동자 형사 처벌 시도에 커지는 비판 여론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행정 대집행 당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성노동자 별이씨와 인권활동가 여름(이상 활동명)씨가 법원의 선고(6월19일자 1면 보도)를 앞둔 가운데, 시민 2천700명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지지 서명을 하는 한편, 시민사회에서도 지자체의 시민 형사 고소를 두고 “공권력 과잉 대응”이라 규탄하는 등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29일 주홍빛연대 차차는 온라인 연서명과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2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서명 활동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진행됐으며 총 2천700명이 참여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19일 파주시의 성 매수자 감시 캠페인 당시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공무원 앞에 무릎을 꿇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등의 행위로 고소당했다. 이들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피고인들의 행동은 결코 공무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나 수단이 아니었다. 단지 용주골에서 살고 있는 성노동자들의 말을 한 번만이라도 들어달라는 간절한 외침이었다”고 호소했다.
X(트위터) 등 SNS에서도 이들을 지지하는 연대 메시지가 잇따랐다. ‘무릎을 꿇고 간절히 면담을 요청한 게 죄인가요? 이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신고할 것이 아니라 왜 이들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는지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등 공권력의 대응을 비판했다.
논란은 지난 18일 열린 공판 이후 더욱 커졌다. 검찰이 공무원을 ‘넘어뜨렸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공소 사실 일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파주시는 피고인들과 대화할 의향에 대해 “불법 성매매를 그만두고 자립하고자 하는 성매매피해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면담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동·여성계 등 시민사회는 파주시가 ‘자립 의지’를 면담 조건으로 내세운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선별적 방침이 오히려 가장 절박한 당사자들을 대화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수정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당사자들이 들고 나온 건 어떤 무기나 폭력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대화하자는 간절한 몸짓이었다. 무릎을 꿇는 행위는 그저 ‘애원’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행정에 겨우 닿기 위한 절박한 발화였던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 장면을 두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건 명백한 과잉 대응이다. 오히려 이들을 설득하고 안전하게 보호했어야 했다. 그것이 공공의 역할인데, 형사 고소를 택했다는 건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들의 고통에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사자의 요구를 법으로 처단하는 게 아니라 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해당 고소 건과 관련 파주시는 “당시 담당 공무원의 허리, 허벅지, 발목을 다짜고짜 붙잡고 잡아당기며 ‘면담을 요청한다’는 이유로 통행을 막고, 캠페인을 진행하지 못하게 했다”며 “담당 공무원은 캠페인 진행 중임을 알리며 비켜줄 것을 여러차례 요청했으나 피고인을 포함한 다수의 인원은 듣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만을 주장하며 소리쳤으며, 에워싸임을 벗어나려는 담당 공무원을 길 가장자리 벽 쪽으로 밀어 다치게까지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파주시는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용주골 내 불법건축물을 대상으로 제10차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불법 증축 등을 한 4개 동에 대한 철거를 단행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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