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이적, 누구의 잘못인가 – 선수 말년의 4각 딜레마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다.
17세의 나이에 FC서울에 입단해 20살의 2009년까지 서울에서 뛴 후 해외진출을 했다 2020년 여름, 어느덧 31세의 나이에 다시 돌아와 뛴지 5년. 36세의 나이이기에 은퇴해도 이상치 않을 상황에서 'FC서울의 상징'이었던 기성용이 갑자기 아무 연고 없는 포항으로 간다는 것에 서울 팬들의 배신감과 축구 팬들의 기시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종목이든 스타 선수의 말년은 쉽지 않다. 선수는 여전히 뛸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감독이나 구단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유니폼 판매와 마케팅에는 도움이 되지만, 높은 연봉과 구단 내 영향력은 때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러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선수 말년의 갈등'에 대해 짚어본다.

▶뛸 수 있다는 선수
기성용은 선수생활 마지막을 경기에 뛰며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이는 모든 선수들의 이상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좋은 모습'이라는 전제는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쟁력 있는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운동 능력은 자연스럽게 저하되며, 이를 노련함과 통솔력 같은 비가시적인 능력으로 메워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요소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지도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갈등 요소는 '언제 그만둘 것인가'다. 선수는 '1년만 더'라고 말하지만, 구단과 감독은 '지금이 끝'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1년의 차이'가 충돌을 만든다.
28일 프로야구 SSG 랜더스에서 은퇴식을 가진 김강민의 예를 보자. 김강민은 2022년 타율 0.303을 기록했지만 2023년 타율 0.226으로 부진했다. 이미 41세의 나이. 구단은 은퇴를 말하지만 김강민은 더 뛰고 싶어했다. SSG는 보호명단에 김강민을 넣지 않았고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가 김강민을 지명하며 '프랜차이즈 스타'가 말년에 타팀을 가는 사례가 발생해 SSG 프런트는 큰 비난을 받았다.
결과론이지만 김강민은 팀을 옮긴 충격 때문인지 한화에서 41경기 타율 0.224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은퇴했다.
기성용의 팀동료이자 선배인 박주영도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박주영은 2020년 23경기 4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2021년 17경기에서 골도, 도움도 기록하지 못했다. 36세의 나이에 거둔 성적이기에 모두가 은퇴를 예상했지만 박주영은 울산 HD로 가며 기성용처럼 자신이 데뷔했고 영광을 누렸던 서울을 떠났지만 울산에서 2022년 6경기 0골0도움에 그치고 2023년부터는 사실상 코치로 전환했다. 2024년 은퇴식을 겸해 마지막에 나와 2경기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이 전부.
반대 사례도 있다. '일화 레전드'였던 김상식이 33세의 나이에 2009년 전북 현대로 이적해 생애 첫 리그 베스트11 선정에 두 번의 K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사례도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37세의 나이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노경은이 지금까지 SSG에서 뛰며 지난해 40세의 나이에 홀드왕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선수가 얼마나 더 활약할 수 있는지는 가늠키 힘들다는 것이다. 모두가 끝인줄 알았는데 잘 뛰는 선수, 더 될줄 알았는데 안되는 선수 등 말년의 경기력 저하가 잠시의 부진인지 지속적 하락인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분명한건 선수는 '아직 괜찮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민에 빠지는 지도자와 구단
가장 곤란한 위치에 놓이는 건 감독과 구단이다. 선수가 나이가 들면 체력과 운동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뛰는 축구'를 원하는 감독에게 있어 노장은 걸림돌이 된다. 현대축구는 빠른 공수전환과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축구가 대세가 됐다. 또한 70분을 넘어 경기 막판에 가면 '한발 더 뛰냐 못하냐'로 결정되는게 축구인데 이부분에서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지도자들의 목소리.
또한 일부 지도자들은 노장 선수들이 뛰지 못할 경우 선수단 분위기가 흐려지는 문제, 파벌 형성 등 노장 선수들을 꺼리는 이유로 언급하기도 한다.
구단 입장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은 필연적으로 고연봉을 받는데 그에 비해 기여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노장 선수들은 부담이 된다. 기대만큼 활약해주지 못한다면 투자대비 수익을 바라는 구단 입장에서 곤란한건 당연지사. 게다가 스타 플레이어가 이적하거나 재계약이 무산될 경우, 팬들의 거센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기성용의 이적 과정에서 FC서울이 겪는 상황이 이를 보여준다.
또 다른 이유로 구단은 세대교체와 유망주 육성을 추구한다. 이는 연봉 절감, 장기적인 전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상적인 방향이다. 노장 선수들은 이런 부분에 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도 현실이다.

▶팬들의 마음과 쉽지 않은 모두의 현실
프로 스포츠는 '팬'없이는 존재 이유가 없다. 팬들은 단순히 '성적'만 보지 않는다. 성적만 본다면 우승팀만 응원하고 꼴찌팀은 팬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년 꼴찌였던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K리그2 강등 2년째인 수원 삼성은 여전히 최고 인기를 자랑한다.
팬들에게 중요한건 '감성'과 '추억'이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가 어떤 추억을 남겼고 함께 나이 들며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가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FC서울 팬들은 기성용이 더 이상 전성기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팀에서 아름답게 마무리하길 바랬다. 그의 이적에 분노하는 이유도 결국 감정과 추억 때문이다.
결국 선수, 지도자, 구단, 팬 이 모두의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선수 말년'이다. 정답도, 해답도 없다. 다리가 네 개인 탁자는 다리가 모두 멀쩡히 지탱을 해줘야 한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야 하지만 한쪽이라도 말썽을 부릴 경우 부러지고 마는 탁자가 바로 선수 말년이 아닐까.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겜3’, 마지막 피날레에 쏟아지는 극찬…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선사, 압도적 피날레” -
- 강유석 "1년동안 작품없어 오디션만 다녔는데 인급동 1위라니" [인터뷰] - 스포츠한국
- '나는 솔로' 26기 현커는 영식♥︎현숙…"우여곡절 끝에 잘 지내는 중" - 스포츠한국
- 박규영, 속옷만 입고 침대 위 '청순 비주얼' [스한★그램] - 스포츠한국
- 나나, 파격 '노브라' 패션…자유로운 자신감 [스한★그램] - 스포츠한국
- '하이파이브' 이재인 "20대 됐으니 로맨스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어"[인터뷰] - 스포츠한국
- 지민♥제연 홈데이트→"상윤 본심 나왔다…진짜 마음은 제연"('하트페어링') - 스포츠한국
- [단독] 소지섭, 차기작은 드라마 '김부장'… 특수요원 출신 딸바보 아빠된다 - 스포츠한국
- 女 배구, VNL 도미니카공화국전 통한의 역전패… 1승7패 17위 - 스포츠한국
- 박서진, 70세 父 행방불명에 멘붕…악몽 같은 전화 "무서워" ('살림남')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