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승무 - 조지훈

남도일보 2025. 6.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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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는 참 아름다운 시다. 승무를 추고 있는 여승이 마치 눈앞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춤의 동작을 카메라가 따라가고, 춤의 순서대로 시간이 따라가는 구성이라 더욱 생생하다.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온 여승은 고와서 서러워 보이고, 곳곳에 배치된 시각적 이미지는 승무의 분위기와 정서를 심화한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의 수미상관은 차분한 시작과 여운을 남기는 끝맺음으로 역동적인 춤사위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문학의 미적 범주 가운데 조화롭고 균형잡힌 것을 볼 때 심미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우아미라고 하는데, 이 시가 잘 보여준다. 특히 승무라는 춤을 통해 세속적 번뇌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는 여승의 모습을 아름다운 우리말 시어로 잘 표현했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