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만 피하면 된다?… ‘7천999만원’ 중고 법인차의 유혹

김지원 2025. 6. 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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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고차 판매 플랫폼 ‘엔카’에 7천999만원 중고차 매물이 올라와있다.2025.6.28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한 제도 도입 2년 차, 신차 등록은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사이 중고차 시장이 ‘우회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조차 막을 수 없는 차량 선택의 욕망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2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8천만원 이상 고가 법인 및 사업자 명의로 구매하는 차량의 신차 등록 대수는 2023년 약 6만8천여대에서 지난해 4만8천여대로 28.8% 급감했다. 올해 1~5월 기록을 살펴봐도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하며 이 같은 내림세는 지속하고 있다. 전체 법인차 중 고가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1.5%에서 올해 11.3%로 줄었다.

반면 8천만원 이하 차량의 등록 비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천~4천만원 구간 신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17만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했고, 4천~6천만원 구간 신차 등록 대수는 10만6천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상승, 6천~8천만원 구간 신차 등록 대수는 5만8천여대로 14.7% 늘었다.

앞서 지난 2023년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8천만원 이상 비영업용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법인차의 사적 이용과 세제 혜택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 그간 고가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한 뒤 실제로는 가족 차량이나 임원 개인차처럼 사용하는 관행이 오래도록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속·과세 등을 위해 비영업용 법인차에 형광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했다. 외부에서 시각적으로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여 사적 사용에 대한 사회적 견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제도의 효과는 1년 만에 드러났다. 대표적인 고급 법인차종인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 신차 등록 대수가 5천580대로 전년 대비 44.8%가 감소했으며 벤츠 S클래스는 지난해 3천381대로 전년 대비 무려 56.1%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 틈새를 비집고 중고 외제차 시장이 ‘회색지대’로 부상하고 있다. 중고차의 비영업용 법인차 번호판 기준은 ‘취득가’가 아닌 ‘매입가’에 따라 적용되는 만큼 가격 조정만 잘 맞추면 연두색 번호판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중고차 매장이나 온라인 거래 플랫폼 등에선 7천999만원 짜리 외제차 매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내 한 중고차 딜러는 “법인 차량을 구매하려는 고객들 중에는 8천만원 내 예산에서 국산 중형 신차보다 외제 중고차가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며 “법인 차량의 성격상 외부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차량 급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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