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 얻는 법? 존경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지 말라[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찰리 멍거 다시 읽기⑤

김재현 전문위원 2025. 6. 2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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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멍거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블룸버그
워런 버핏이 소도시 오마하의 평범한 2층 주택에서 평생 거주했듯 찰리 멍거 역시 고향인 오마하에서 살았다고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멍거는 1950년대 LA 근교 패서디나로 이주해 약 70년간 거주했다.
같은 집에서 오래 산 것은 멍거와 버핏의 공통점이다. 두 사람은 거리는 멀어도 서로 알게 된 후 날마다 몇 시간씩 전화통화하며 의견을 주고 받았다. LA 근교에 거주한 멍거는 캘리포니아주 학교에서 했던 연설이 많다. 2007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공유했던 멍거의 지혜를 나눠본다.
남들이 원하는걸 제공하라… 평생학습은 '의무'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법학대학원 /사진=USC 홈페이지
2007년 USC 연설은 비교적 선명한 화질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84세의 멍거는 의자에 앉은 채로 "여러분은 왜 이렇게 폭삭 늙은 사람이 연설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라며 "답은 명백하다.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농담으로 시작했다. 거침없는 멍거식 화법인데,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멍거는 자신에게 유용했던 개념과 삶의 태도에 대해 먼저 풀어냈다. 멍거 스스로 다행히 일찌감치 깨달은 바는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얻으려면 노력으로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황금률인데 "남들이 우리에게 제공하길 바라는 것을 스스로 남들에게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멍거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인생에서 성공하며 그 성공은 돈에 그치지 않고 존경과 신뢰, 더 나아가 큰 기쁨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개념은 "존경에 바탕을 둔 사랑처럼 옳은 사랑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한 사람은 죽은 뒤에도 교훈을 남긴다고 멍거는 말했다. 멍거는 서머셋 모옴이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묘사한 사랑은 병적인 사랑이라며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면 끝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 개념은 공자를 연상시킨다. 지혜 습득은 단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따를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바로 평생 학습이다. 멍거는 졸업 후에도 계속 학습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예로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버핏이 끊임없이 배우는 학습기계가 아니었다면, 탁월한 실적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다지 영리하지도, 심지어 부지런하지도 않은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다. 이들은 '학습 기계'에 가까워서 매일 잠자리에 들 때 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보다 조금씩 더 현명해진다.

멍거는 자신의 오랜 인생에서 지속적인 학습만큼 유용한 것은 없었다며 버핏 역시 하루 시간의 절반을 독서에 쏟고 나머지 시간은 신뢰할만한 유능한 사람과 1대 1로 대화하거나 통화한다고 덧붙였다. 버핏의 성공 역시 모두 학습 덕분이라는 얘기다.

또 멍거는 학습 기법을 익히고 나서 법학대학원(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해 정말 운이 좋았담, 특히 주요 학문의 주요 개념을 배우는 것을 일상적 사고의 기준으로 삼고 평생 실행함으로써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멍거가 항상 강조한 '다학제'(multidisciplinary)적 사고를 뜻한다.
다학제적 사고의 부작용?
멍거는 다학제적 사고 덕분에 평생 일상이 더 즐겁고 건강해졌으며 남을 도우면서 엄청난 부자가 됐다고 털어놨다.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지식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아져 다른 전문가나 심지어 직장상사의 견제를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다학제적 사고를 하는 이는 상사의 답이 틀릴 때도 정확한 답을 찾게 되고, 그럴 경우 체면이 깎인 상사가 매우 불쾌해할 수 있는다. 멍거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멍거가 털어놓은 자신의 경험과 동료 이야기도 흥미롭다. 멍거는 젊을 때 포커의 고수였는데, 남들보다 많이 안다는 생각을 얼굴 표정에서 숨기지 못한 탓에 곧잘 다른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멘탈이 강한 멍거 역시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면서 그저 괴짜 늙은이 취급을 받자 오히려 편해졌다고 한다.

멍거의 동료 중 한 명은 로스쿨에서 1등으로 졸업하고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엘리트였는데, 이 동료가 로펌에 들어간 후 자신의 지식을 곧잘 과시하자 하루는 직장 상사가 불러 타일렀다. "자네에게 해줄 말이 있네. 어떤 상황에서도 자네의 본분은, 고객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느끼도록 행동하는 것이라네. 그렇게 하고서도 머리를 굴릴 여력이 있다면 자네의 상사도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게. 이렇게 두 가지 본분을 다하고 나서, 잘난 척하란 말이네!"

멍거는 이는 대형 로펌에서 출세하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훌륭한 조언이지만, 자신은 천성을 따랐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극단적 이념과 자기 위주 편향 피하기
멍거가 성공을 위해 삼가해야 할 것 중 하나로 꼽은 게 극단적 이념이다. 극단적 이념에 빠지면 얼간이가 된다고 멍거는 지적했다. 특히 젊은이들은 극단적 정치 이념에 빠지기 쉬운데, 일단 빠지면 벗어나기 어렵다고 멍거는 경고했다.

다음으로 멍거가 지적한 건 '자기 위주 편향'(self serving bias)다. 사람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면 사회에도 좋다는 사고방식이 잠재의식에 깔려있어 이기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현명해지고 싶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기 위주 편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멍거는 로스쿨 재학시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 편집자로도 활동했던 살로먼 브라더스(Salomon Brothers)의 법률 고문 도널드 퓨어스타인이 실직한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987년 투자은행 살로먼 브라더스에 7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는데, 1991년 살로먼의 국채입찰 조작 스캔들이 터지고 살로먼이 존폐 위기에 빠지자 버핏이 임시 회장을 맡아 워싱턴 정가를 누비며 파산위기에서 구해냈다. 멍거도 이사로 취임해서 '살로먼 살리기'에 매진했다.

당시 살로먼 브라더스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 도널드 퓨어스타인은 최고경영자(CEO)인 존 굿프렌드에게 "이 비리 사건을 보고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의무는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비리 사건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는 게 유쾌한 일이 아니었기에 굿프렌드는 계속 보고를 미뤘고, 나중에 대형 스캔들로 비화하자 굿프렌드뿐 아니라 퓨어스타인도 함께 물러나야 했다.

멍거는 이런 상황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따라야 했다며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이성(reason)이 아니라 이익(interest)에 호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법률 고문이 "이 문제는 결국 드러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돈도 지위도 잃는다"고 말했으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멍거는 존경하지 않고 닮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서는 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멍거가 찾은 해결책은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영리하게 처신하면서 존경하는 사람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멍거는 정말로 존경하는 사람 밑에서 일하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면서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다며 존경하지 않는 사람 밑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대로 아는 사람 vs 알지도 못하며 지껄이는 사람
이 강연에서 멍거는 단골 메뉴인 막스 플랑크(1858~1947)에 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막스 플랑크는 191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후 독일 전역을 순회하면서 양자역학에 관해 똑같은 강의를 했다. 하루는 강연 내용을 모두 암기한 운전기사가 이런 제안을 했다. "플랑크 교수님, 반복되는 일과가 너무 지루하니까 강의를 교수님 대신 제가 해보면 어떨까요? 교수님은 기사 모자를 쓰고 앞에 앉아 계시고요."

플랑크가 허락하자 기사는 강단에 올라가 양자역학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끝나자 한 물리학자가 극도로 난해한 질문을 던졌다. 기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뮌헨처럼 발달한 도시의 시민이 그렇게 초보적 질문을 하다니 놀랍군요. 내 운전기사가 대신 답할 것입니다."

멍거는 기사의 재치를 찬양하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라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플랑크처럼 제대로 아는 사람의 지식과 운전기사처럼 알지 못하면서 지껄이는 사람의 지식이다. 멍거는 후자의 경우 머리숱도 많고 목소리가 근사해 멋진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가짜 지식에 불과하며, 거의 모든 미국 정치인이 이 부류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멍거는 졸업생들에게 변호사가 되더라도 쓸데없이 복잡한 절차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멍거는 변호사로서 상대방에게 절차를 요구해야 할 때가 있겠지만 상대방이 요구하는 절차를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인생에서 매끄러운 '신뢰'의 네트워크를 극대화하라고 충고했다.

근검 절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40년간 한 도시에서 연방 판사로 일한 자신의 할아버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멍거의 할아버지는 미망인에게 연금이 지급되지 않던 그 시절 평생을 절약해서 저축한 덕분에 배우자의 노후를 준비했다. 그러나 멍거는 47쪽에 달하는 결혼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결혼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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