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도 질타도 환영합니다"… 이정효가 말하는 광주의 축구, 광주의 기적[스한 위클리]
구단 안팎 어려움 딛고 ‘광주의 기적’ 다시 쓸까
[광주=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이정효(50) 광주FC 감독은 프로 사령탑 부임 첫해인 2022년 팀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키고, 이듬해에는 리그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어진 아시아 무대에서는 강호들을 차례로 꺾으며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썼다.
선수단 예산이 K리그1 하위권에 머무는 광주를 이끌며 해마다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 이 감독은 최근 구단 행정 문제로 고개를 숙인 뒤 다시 한 번 새로운 '광주의 기적'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감독 3개월은 버티나 보자더라"
우중 훈련을 마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만난 이정효 감독은 선수단 식당의 가장 안쪽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입구 가까운 곳이 감독 자리였으나 그는 직접 식사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최신 음악도 흘러나오는 등 분위기도 한결 달라졌다.
"제 제안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식사 자리를 안쪽으로 옮겼습니다. 저희가 입구 쪽에 있으면 선수들이 오고 가며 두 번이나 인사해야 해요. 안쪽에 있으면 들어올 때 한 번만 하면 되죠. 밥 먹을 때라도 상사를 덜 마주쳐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음악을 틀어놓은 이유도 선수들이 밥을 먹으면서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얘기하면 감독에게 들릴까 조마조마할 테니까요."
이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성장'과 '능력'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눈빛이 달라졌다. 오랜 코치 생활을 거쳐 어렵게 감독 자리에 오른 그는 성과를 내고도 계속해서 의심을 견뎌야 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습니다. 남의 이목과 관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아 때로는 실수하고 욕을 먹기도 합니다. 결국 흔들리지 않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광주에 처음 왔을 때 4년 동안 감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3개월은 버티나 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실력을 키워서 여기까지 왔어요."

▶"일본 편견 바꾸고 싶다"... 불씨가 된 고베전
광주의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극적인 승리를 뽑는다면 단연 지난 3월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홈경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호연(미네소타), 이희균, 허율(울산) 등 핵심 선수들이 이적한 상황에서 선수단 예산도 K리그1에서 하위권. 하지만 이 감독과 광주는 ACLE 16강에서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우승팀인 고베를 누르고 8강이 열리는 사우디로 향했다. 심지어 원정에서 열린 1차전서 0-2로 패했지만, 홈 2차전에서 3-0으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광주의 기적'을 다시 써냈다.
"선수들에게 '어차피 0-2로 지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해라. 그런데 우리 홈에서는 이겨보자. 같은 상대에게 세 번 연속 지는 건 아니지 않냐'고도 했습니다. 선수들도 해탈해서 이판사판인 듯한 느낌이었어요. 체력, 컨디션, 전술 등 전체적으로 준비가 잘된 상황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니 결과가 따라왔었죠. 앞으로 한국 지도자의 위상을 더 높이고 싶어요. 일본에는 아직 '일본 선수들이 한국 지도자에게 배울 게 있을까'하는 편견이 있더라고요. 그 생각을 바꿔버리고 싶습니다."

▶"경기장 오셔서 감시하고 질타해주세요"
이정효 감독은 수많은 의심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 됐다. 하지만 최근 광주 구단을 둘러싼 각종 문제는 그와 선수단 모두에게 또 다른 고비가 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선수 등록 금지 징계, 재정건전화 위반, 그리고 무자격 선수 출전 논란까지 겹쳐졌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5월 "광주FC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라고 보기는 힘들며, 대회와 리그의 안정성을 위해 광주FC의 지난 경기 결과들은 인정된다"고 정한 방침이 현재는 FIFA 사무국을 통해서도 인정받은 상황이다. 다만 FIFA는 "이번 FIFA의 입장은 행정적인 해석일 뿐, 향후 등록금지 규정을 어긴 대한축구협회 또는 광주FC에 대한 추가 징계 검토 및 필요한 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담담하게 사과하며 책임을 언급했다.
"다른 팀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저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면 당연히 이의를 제기했을 거예요. 감독으로서 속상하고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그 와중에 팬 분들 덕에 저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힘을 내서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돼요. 많이 찾아와 주시는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즐겁게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구단도 이번 일들을 계기로 많이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이 감독은 마지막 한마디에서도 진심으로 팬들의 행복과 구단의 각성, 또 다른 '광주의 기적'을 바랐다.
"경기장에 오셔서 구단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감시해 주세요. 못할 때는 질타도 해주시고요. 팬들의 시선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면, 아무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지금처럼 성원해 주시고, 경기장에서 에너지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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