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올해 77세, 기록의 여전사 김선흠 씨의 5번째 홀인원

김인오 기자 2025. 6.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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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비가 촉촉이 내리는 저물 무렵, 여자 아마추어 중 가장 골프를 잘 치는 김선흠 여사께서 전화를 걸어왔다. 물론 잘 친다는 기준은 그가 77세라는 것과 아직도 라운드를 하면 10에 8번은 에이지 슈터 언더파를 친다는 점 때문이다.

웬일이시냐고 하자 내가 오늘 또 사고를 쳤다며 언짢아했다. "오늘 또 홀인원을 했다"면서 이번이 5번째라는 것이다. 파3에서 친 볼이 핀을 향해 날아가 길래 "아! 안돼"하는 순간 이미 원 바운드 된 볼은 컵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짜 홀인원 그만해야 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골드CC 한 곳 골프장에서만 5번을 했으니 그도 그럴 만 하다.

그 후 사흘 뒤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 국장! 내가 다시 생각해보니 5번째 홀인원은 아마도 골프신이 내게 준 보너스란 생각이 들었다"라며 골프에 대해 또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77세, 희수(喜壽)의 나이에 건강하게 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선택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김선흠 여사는 1985년 골프를 시작한 이래 1993년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동시에 작성했다. 그것도 18홀, 68타 기록까지 세웠다. 이외에도 그는 40년간의 라운드를 통해 이글을 100회 이상 기록 중이다. 한 번은 인천국제CC로 이글을 기념해 라운드 갔다가 다시 이글을 작성해 동반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라운드 이글 2개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라운드는 야구 전설 300미터 장타를 날리는 선동열 감독과의 4번 맞대결해서 모두 이긴 기록이다. 2002 첫 대결에서 선동열 감독이 75타를 쳤을 때 김선흠 여사는 73타를 쳐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20 여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가 많이 줄어들어 골드 챔피언 파5홀서 드라이버 쳐 놓고 7, 8번으로 투온을 했지만 지금은 3번 우드를 잡아야 해 세월의 야속함을 말했다.

하지만 77세의 나이에도 일주일에 3~4회를 라운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는 참 행복한 일상이다. "살면서 힘들고, 버티기 힘들만큼 우울증이 올 때 마다 자신을 잡아 준 것은 골프였다"고 한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골프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미 20여 년 전에 아들에게 본인이 죽으면 화장해서 골프장에 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필자에겐 40여 년간 본인을 봐 왔으니 멋진 글로 골프의 삶을 써달라고 한다.

인생을 참 골프를 통해 로맨틱하게 만든다. 40년 간의 골프를 통해 뒤돌아보면 젊어서 잘 맞은 골프는 억지로 익혀 만든 와인 맛이고, 요즘 잘 맞는 골프는 농익은 와인맛과 같다고 말한다. 젊었을 때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실수를 하더라도 치는 법을 깨달으니 그래서 골프가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인생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人生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라는 두보의 시가 있다. 골프도 인생처럼 진정 나이가 들어야 골프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머리를 드는 순간 골프나 인생도 망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 여사는 지금 77세의 나이가 돼서 보니 역시 골프는 힘으로만 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더더욱 깨닫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5번째 홀인원을 통해 '골프 신이 준 보너스'라는 깨달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말한 "삶은 놀라운 것이다.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감옥에 갇혔거나 병들어 누워있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까지도 강하게 믿고 있다. 삶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관계없이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한 얘기를 좋아 한단다.

골프는 삶에 있어 늘 희망만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만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그안엔 희노애락과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골프는 늘 내일 아침을 기다리게 만든다. 김선흠 여사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기록들은 역시 골프이기에 가능한 도전이 아닐까.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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