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여름나기

최미화 기자 2025. 6. 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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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사실 더위는 신체적인 문제도 있지만 정신적인 더위가 더 우리를 괴롭힌다.

이처럼 더위도 정도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며,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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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대구문학관장)
하청호(대구문학관장)

7월이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특히 장마철은 습기가 많아 몸도 마음도 후텁지근하다. 사실 유럽의 더위는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만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더위는 앞서 말한 습도 때문에 견디기 어렵다. 특히 대구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대구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대로 잘 견디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대구의 무더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기상청에서는 올해 더위가 매우 심하다는 예보를 했다. 특히 세계 기상기구는 향후 5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서 1.5도를 초과할 확률이 80%에 이른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의 여름은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暴炎)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름나기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그 어느 해보다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의 여름나기는 지금까지도 그 방법이 전해 온다. 부채, 죽부인, 삼베옷, 등목하기, 보양식 등 그 방법이 자연 친화적이다.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에도 '백우선 부치기도 귀찮다/숲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건(巾)을 벗어 석벽에 걸고/머리에 솔바람이나 쇠자'라고 노래했다. 참으로 선비다운 소박한 여름나기다.
사실 더위는 신체적인 문제도 있지만 정신적인 더위가 더 우리를 괴롭힌다. 정신이 느슨하면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다시 말하면 더위도 마음먹기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시대의 명신(名臣)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어린 시절 여름나기는 우리에게 재미와 함께 피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비록 후세 사람들이 엮은 허구이지만, 우리에게 시사는 바가 있다. (실제 두 사람의 만남은 선조 11년 (1578)에 과거시험을 봤을 때이다.)
오성과 한음이 어린 시절의 여름나기 에피소드 한 도막을 소개한다. 그해도 매우 더운 여름이었다. 함께 공부하던 두 사람은 무더위에 지쳐있었다. 평소 장난을 좋아하던 오성은 한음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한음은 또 무슨 장난을 치려나 떨떠름했지만 들어보기로 했다.

'한음아, 지금부터 문을 꼭 닫은 후, 겨울 솜이불을 덮고 누가 오래 견디며 공부하나 내기하자' 했다. 한음은 '이 삼복더위에 정신 나갔구나.' 하며 핀잔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기에서 오성에게 여러 번 진 경험이 있어 오기가 생겼다. 이번 내기에는 성질이 급한 오성을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즉시 문을 닫고, 솜이불을 덮어쓴 채 글을 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위가 엄습했지만 서로 지기 싫어 고통을 참았다. 하지만 한여름에 문을 닫고 도령들이 글을 읽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하인에게 들켰다. 하인의 고변에 마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기 싫어하는 두 사람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 대자 마님은 불호령을 내렸다. 그제야 두 사람은 동시에 솜이불을 벗어 던졌다.
오성과 한음은 문을 열고 두터운 솜이불을 벗기니 세상에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내기하기 전의 더위는 더위도 아니었다.

이처럼 더위도 정도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며,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이 있다. 더위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더 더운 곳으로 몸과 마음을 밀어 넣어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어차피 더위를 피하지 못한다면 더위에 맞서거나 일에 열중하여 더위를 잊는 게 상책이다. 지금도 열사의 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국내외의 각 산업체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산업역군을 생각하면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더위에 관한 글을 쓰는 것도 사치일지 모른다.

하청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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