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78억 FA, 아직 무실점 경기가 없다니… 6점 지원에도 불안, 더 강해질 어깨의 압박감

김태우 기자 2025. 6. 2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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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부진이 계속되며 한화 벤치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엄상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78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엄상백(29)은 한화 최강 선발 로테이션 구축의 마지막 퍼즐로 불렸다. 외국인 선수 두 명에 류현진 문동주라는 국내 선발을 보유하고 있었던 한화는 팀에 선발 자원들이 제법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상백에 거금을 투자했다.

노리는 지점은 명확했다. 팀의 가을야구, 더 나아가서는 2~3년 내 우승이었다. 어린 선수들은 변수가 많다. 기회를 줘도 한 시즌을 버티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한화는 이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엄상백이라는 확실한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 그 자리를 채웠다. 류현진이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엄상백이 추후 문동주와 더불어 팀 로테이션을 이끄는 기둥이 되길 바라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은 실망을 떠나 조금 당황스럽다. 시즌 13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7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1승6패 평균자책점 6.16이라는 최악 성적에 머물고 있다. 피안타율은 0.316,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68에 이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피안타율, 볼넷 허용 비율 모두가 증가했고 반대로 탈삼진 비율은 떨어졌다. 하드히트 비율이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 등에서 운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세부 지표도 있으나 6점대 평균자책점을 설명하기는 역부족다.

1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반대로 13경기에서 5이닝을 버티지 못한 경기가 6경기로 더 많다. 13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한 차례 2군에서 조정을 거쳐 올라온 직후 변화구의 커맨드가 한결 나아지는 듯한 느낌은 있었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 27일 인천 SSG전에서 넉넉한 득점 지원에도 불구하고 5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추격 흐름을 내준 엄상백 ⓒ곽혜미 기자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도 5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두 번째 승리에 실패했다. 물론 승리투수 요건을 불펜이 날린 것은 팩트지만, 그렇다고 5회까지 엄상백의 투구 내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피출루가 너무 많았다. 1·2회는 병살타를 유도하며 버텼지만, 3회 2사 후 연속 출루에 이어 최정에게 3점 홈런을 얻어 맞은 것이 뼈아팠다.

승패를 떠나 경기 흐름을 붙잡지 못했다. 한화는 이날 1회 3점, 2회 2점을 선취하며 5-0으로 앞서 나갔다. 엄상백에게는 든든한 득점 지원이었다. 1·2회 위기를 넘긴 뒤 3회부터는 더 차분하게 경기를 끌고 가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3회 3점, 5회에도 1점을 내주면서 불안한 투구를 보여줬다. SSG가 희망을 가지고 쫓아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베테랑 선발 투수에게 기대하는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5회까지 83개의 공을 던지며 한계 투구 수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한화는 불펜 동원을 결정했다. 불펜 체력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일단 엄상백에게는 승리투수 요건까지만 챙겨주고 불펜으로 넘기는 게 더 낫다는 판단도 있어 보였다. 엄상백의 이날 투구 내용이 벤치의 신뢰를 얻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78억 계약을 한 엄상백은 전체적인 성적에서 팀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오프시즌 동안 훈련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었고, 몸 상태에도 별 이상이 없다. 구속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도 시속 145.9㎞(트랙맨 기준), 올해도 145.9㎞다. 전반적인 공의 무브먼트가 살짝 줄기는 했지만 아주 큰 차이는 아니다. 평균 타구 속도 또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커맨드 문제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하면서 볼카운트 승부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몰리면 안타를 맞는다.

FA 첫 시즌이라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준비했겠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당연히 압박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다. 고액 연봉자라 더 그렇다. 어깨의 지나친 압박감은 경기력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화의 순위 싸움이 더 치열해질수록 엄상백의 성적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 번의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거나 혹은 짧게 사라지고 있다. 엄상백의 봄이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까지도 안정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는 엄상백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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