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94] 시카고의 피카소
‘미국 건축의 수도’라는 시카고는 마천루의 경관으로 유명하다. 이에 못지않게 도심 곳곳에 설치된 공공 미술 또한 정평이 나 있다. “블렌더 안에서 해체되는 스누피”라는 장 뒤뷔페의 ‘서있는 야수(Standing Beast)’와 애니시 커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를 포함,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알렉산더 콜더 등의 작품이 도시를 빛내고 있다. 일상의 오브제를 대형 스케일로 과장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클라스 올든버그는 야구 사랑이 유별난 시카고를 위해 ‘야구배트(Batcolumn)’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중 특별한 작품은 피카소가 도시를 위해 기증한 조각이다. 1967년 제작된 시카고의 첫 공공 미술로, 원래 제목은 없지만 시민들은 ‘피카소’, ‘피카소의 원숭이’로 부른다. 작품을 공개하던 날, 베일을 벗기자 대부분 참가자들은 실망하며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피카소의 특징이 표현된 예술품을 기대했는데 다소 기괴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조각의 재미있는 형상 때문에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이며 올라가 미끄럼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전 이곳을 처음 방문하던 날도 몇몇 아이들이 조각품에 올라타고 있었다. 부모는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오히려 경찰이 다가와 “올라가도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다. 흐뭇한 장면이었다. 공공장소로 나온 미술, 그리고 그걸 만지고 타고 놀 수 있는 것, 이건 또 다른 미술의 확장이다. 사람들 마음에 어떻게 다가오느냐가 미술 감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은 기대하지 않은 선물과 같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아름다운 경치, 또는 짧지만 좋은 공연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시카고의 공공 미술이 빛나는 이유는 멋진 건축과 도시의 단정함, 그리고 걷기 좋은 환경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천루 사이를 통과하는 쾌적한 바람은 건조한 도시의 이미지를 야외 미술관으로 바꾸어 준다. 내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나한테 오는 것, 예술은 장르와 공간을 넘나들 때 재미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법사위, 광주전남 통합법만 처리...대구경북·대전충남 제외
- 안재욱, 한·베트남 국빈 만찬서 ‘회장님’이라 불린 사연은
- ‘가죽’인줄 알았는데 ‘합성섬유’···패딩이어 어린이 책가방도 ‘혼용률’ 잘못 표기
- 울릉군 고용률, 13년 연속 전국 1위
- 부동산 대출 조이자…‘집 살 나이’ 30·40대 주택 대출 특히 많이 줄었다
- ‘이른 여름휴가’ 효과···인구감소지역 작년 7월 카드사용액 12만6000원 집계 이래 최대
- 공정위, 아파트 유지보수 공사 입찰 담합한 주원디엔피·이루미건설에 과징금 2700만원 부과
- ‘마시는 위고비’ 내세운 16개 제품들 다이어트 원료 無...“소비자 주의 필요”
- 李 “농사 짓겠다고 땅 사놓고 노는 땅은 강제 매각해야”
- 국힘 “與 선거 앞두고 ‘선관위 무적법’ 한밤 쿠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