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과학은 자르고 써는 학문? [말록 홈즈]

2025. 6. 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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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용(flex) 어원풀이(etymology)’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실험실에서 실험재료를 가위와 칼로 썰고 자르는 귀여운 꼬마 과학자들의 모습을 구글 Gemini로 그려보았다. 코파일럿보다 말을 잘 듣는다.
어느 날 아침 신문을 읽다가, 과학이란 단어에 눈길이 향했습니다. 무지(無知)가 과학을 발전시켰다는 도서 소개부터,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과 우리 일상의 과학까지, 곳곳에서 과학이 다가왔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과학의 뜻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과연 그 뜻을 알고 있는 걸까요?

한 세대를 넘어선 나의 과학인생을 뒤돌아봅니다. 글도 깨우치지 못했던 네 살 네 살배기 꼬맹이 시절, 로보트 태권V 포스터를 보고 과학자를 꿈꿨습니다. 사내녀석들은 보통 크고, 세고, 빛나는 것들을 동경하니까요. 그 마음은 국민학교에 들어가면서 잘 사는 집 아이들의 집에서 로봇대백과사전과 유선방송의 로봇 만화영화에 열광하며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시절 과목의 뜻도 모르는 채 물상을 배우며, 과학에 대한 설렘은 배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암기거리 천국인 지구과학과 화학에 짜증과 한숨이 밀려왔고,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 마흔을 넘기는 동안에는, 의도적으로 과학을 외면하며 살고 있습니다. 설렘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결혼만큼이나 큰 게 과학인가 봅니다. 그래도 죽는 순간까지 과학이란 말을 듣고 쓰게 될 테니, 뜻이나 제대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과학(科學), 한자로 ‘과목 과’자에, ‘배울 학’자로 표기합니다. ‘과목 과’자 같은 재귀적 해석은 봐도 봐도 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Which is your favorite science?”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뭔가요?)

“My favorite science is English.” (영어요.)

불현듯 중학생 시절의 영어 구절이 떠오르는 걸 보면, 과학이 단순히 화학과 물리만을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이란 말은 근대 이전 동양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을 뜻하는 영어단어 ‘사이언스(science)’는 라틴어로 ‘알다’를 가리키는 ‘스키엔스(sciens)’에서 왔습니다. 이는 ‘자르다/나누다’를 의미하는 ‘스킨데레(scindere)’와 관련이 있는데, 고대인도유럽조어(Proto Indo European)로 ‘자르다’를 가리키는 ‘스케이(skei)’가 그 어원입니다. 가위 ‘시저스(scissors)’도 science와 뿌리가 같습니다. 가위로 썰 듯 세밀하게 자르고 쪼개 몰입한 ‘전문적 분야의 학문’이란 뜻입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친구 말로는 담당 교수께서 과학을 ‘분과학문(分科學文: 나눌 분, 과목 과, 배울 학, 글 문)’으로 알려주셨다고 합니다. 이해가 한결 더 쉬워집니다. 스승의 은혜입니다.

이 ‘사이언스(science)’라는 단어는 일본을 통해 동양에 보급되었습니다. 일본은 에도시대 네덜란드를 통해 문물을 받아들이며, ‘난학(蘭學)’이란 학문을 발전시킵니다. 네덜란드의 다른 이름으로 쓰였던 ‘홀란드(Holland)’를 발음하기 위해 ‘화란(和蘭)’이란 한자를 빌려왔고, 이 화란을 통해 들여온 서양 신문물을 연구하는 학문을 ‘난학(蘭學)’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양에 없던 개념을 만들기 위해 난학자들은 적합한 용어를 짓는 데 경주했습니다. 이를 ‘화제한어(和製漢語: 일본이 만든 한자어. 와세이칸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가위로 쪼갠 듯 전문적인 학문 ‘사이언스(science)’는, 화제한어로 ‘과학’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본래 과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등을 다양한 학문을 포괄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과학은, 기술과학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과학이란 단어에서 로켓, 로봇, 컴퓨터, 실험실의 화학약품을 떠올리나 봅니다.

자, 오늘부터 우리는 과학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란 ‘전문적 학문’이라고 먼저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과학의 범주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회과학까지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과학적인 사람들입니다.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3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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