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열두살은 어땠나요? [.txt]

김지훈 기자 2025. 6. 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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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

'나의 열두 살에게'를 읽으면서, 소복이 작가는 참 기억력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열두 살에게' 속에는 모두를 놀라게 할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사춘기 그 시절 나에게는 너무나 중요했던,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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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말 제공

나의 열두 살에게 l 소복이 지음, 나무의말, 1만9800원

열두살. 초등학교 5학년쯤 되는 나이겠다. 그때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신기하게도 아무 기억도 나질 않는다.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 정도밖에는. 근데, 조금 지나니 하나씩 뭔가 떠오른다. 같은 학교 여자애한테 사귀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기억. 부모님이 방 안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목소리. 어느 여름날 저녁 부모님이 옷 가게에서 새 옷을 사주셨던 일은 왜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 걸까.

‘나의 열두 살에게’를 읽으면서, 소복이 작가는 참 기억력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오랜 옛날 일들과 당시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던, 씁쓸하거나 뜨끈했던 감정들을 잊지 않고 이렇게 다시 그려낼 수 있는 걸까.

나무의말 제공

작품 속 ‘나'의 엄마는 잘 웃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한번도 웃지 않은 적도 있다. 한달 동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설 연휴에는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온 엄마가 웃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일주일 동안 누워 있었다.

학교에서 주는 상장을 보여드렸을 때, 엄마가 보일 듯 말 듯하게 웃었다. 수학 경시대회 상장을 받아왔을 때 엄마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밝게 웃었다. 하지만, 엄마를 또 웃길 수 있을까? ‘상장을 계속 받아 엄마를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엄마가 웃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무의말 제공

별로 화목하지 않은 가정의 삼 남매 중 둘째. 불안해서 쉴 수도 없는 집을 나가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거리를 쏘다니는 게 더 편한 일요일.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인디 가수의 노래, 그 가수의 공연에서 만난 남자애, 말 없지만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그 아이와 했던 연애인 듯 아닌 듯했던 짧은 사랑. ‘나의 열두 살에게’ 속에는 모두를 놀라게 할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사춘기 그 시절 나에게는 너무나 중요했던,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을 흔든다.

나무의말 제공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운이 남아 있는 잠깐이라도 지금 열두살을 살아가는 나의 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열두살의 나를 생각하며, 그때는 너무나 싫고, 아프고, 후회되는 일이라도 그때는 원래 그런 거라고 다독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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