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여름이다!" 역주행하는 썸머송처럼, 올해도 어김없는 ‘여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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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여름으로 통하는 시집은 유난히 가짓수가 많고 각양각색이다.
소위 '여름 시집' 중에서도 '여름 상설 공연'은 늘 인기가 좋다.
그럼에도 그 여름에 시집 속 인물들은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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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비밀이 그대로 집이 되자 사람 사는 것 같았어요 낭만적이고 끔찍했습니다 새 무덤에는 잔디가 자라났고 무덤 문이 열릴까 조마조마했던 마음 그러나 별일 없이 낮과 밤이 지나갔고요"('그렇게 여름')
여름은 시를 읽게 하는 계절일까. 이맘때쯤이면 유독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시집들이 서점 매대에 오른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을 단순한 몇 가지 기호로 간추리기는 어려워서일까. 여름으로 통하는 시집은 유난히 가짓수가 많고 각양각색이다. 근 몇 년 동안 시인들은 음료수와 해수욕, 녹음이 짙은 풍경, 뙤약볕과 청춘의 에너지, 슬픔과 기쁨 같은 것을 여름 속으로 유행처럼 끌고 들어오곤 했다.
소위 '여름 시집' 중에서도 '여름 상설 공연'은 늘 인기가 좋다. 벚꽃이 필 때 음원 차트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오르듯 날이 더워지면 온라인 서점 판매 순위를 슬그머니 타고 오르기 시작하는 책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문체와 산뜻한 감수성이 독자의 마음을 쉬이 끌 만하며 어느 서가와도 편하게 어울린다. 그러나 이 시집에는 그저 편하게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다. 말 그대로 '비밀'의 매력이다.
"그림자를 밟으며 아끼는 비밀을 꺼내 놓는다/ 다정하게 대해 달라는 말 대신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약속하며/ 물빛을 칠한 비밀을 꺼내 놓는다// 비밀을 들고 달아나는 사람이 많았어/ 다들 잘 살고 있으면 됐어 괜찮아"('아끼는 비밀')

시인은 여름에 유독 비밀을 불어넣는다. 시집을 이루는 푸르고 아름답고 순한 이미지 곳곳에 '비밀'이란 단어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다. 어쩌면 여름이란 눈이 멀기 좋은 계절일지도 모른다. 강한 해가 세상을 비추고 사람들은 옷을 벗기 시작한다지만 그만큼 나무는 무성히 잎을 불리게 마련이니까. 진해진 그림자, 검게 타버린 팔다리…… 호시절처럼 보이는 한때에 얼마나 많은 눈속임과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시인은 사유할 줄 안다.
"짝꿍이 또다시 그을린 팔다리로 조개껍데기를 주워 성벽을 장식하면/ 나는 또다시 무너질 성을 생각했다/ 부서진 미래가 전부 바다로 쓸려 가 버리면 우리는 어떡할까// 그러면 내 미래를 나눠 줄게"('짝꿍의 모래')
그럼에도 그 여름에 시집 속 인물들은 사랑을 한다. 무너질 게 뻔한 모래성을 만들고 미래를 말한다. 시집의 연작 속에 몇 번 등장하는 '짝꿍'은 흡사 오래된 일기장을 보는 기분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처럼 활약하는 내용 없이도 소박하고 다정한 존재감으로 일견 어두워질 뻔한 '여름 상설 공연'의 무대를 빛낸다. 짝꿍은 비밀스러운 여름을 견디게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만들어내는 사람일까. 또는 둘 다일까. 모호하고 신비로운 사랑과 희망과 꿈이 상연되고 있다. 박은지 시인의 여름에서는 언제나.
"여기 너무 아름답다/ 우리 꼭 다시 오자// 겨울 별자리가 가고 여름 별자리가 올 때까지/ 녹지 않는 것이 있었다"('못다 한 말')
신이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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