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은기’에서 ‘누른밥’까지[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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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편안하지 않아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눌은밥으로 아침밥을 대신했다.
그런데 '누룽지'와 '눌은밥'은 틀림없이 관련이 있을 텐데 표기가 다른 것에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눌어붙은 것이 누룽지이고 여기에 물을 부은 후 끓여 먹는 것이 눌은밥이다.
가마솥이나 냄비 대신 전기밥솥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룽지가 생기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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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편안하지 않아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눌은밥으로 아침밥을 대신했다. 그런데 ‘누룽지’와 ‘눌은밥’은 틀림없이 관련이 있을 텐데 표기가 다른 것에 의문이 생긴다. 가마솥에 밥을 지으면 열을 직접 받는 솥 바닥의 쌀은 눋기 마련이다. 이렇게 눌어붙은 것이 누룽지이고 여기에 물을 부은 후 끓여 먹는 것이 눌은밥이다. 둘 다 ‘눋다’에서 파생된 것인데 앞엣것은 ‘누룽지’라 하니 좀 이상하게 여겨진다.
누룽지는 ‘눌은기’에 기원을 두고 있을 것이다. 이때의 ‘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방언의 ‘누룽갱이’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기’가 있었던 시절에 ‘눌은’의 ‘ㄴ’이 ‘ㅇ’으로 바뀌고 그 뒤에 ‘기’가 ‘지’로 바뀌면서 ‘은’의 모음도 바뀐 것이다. 오늘날엔 ‘기’가 쓰이지 않아 어원이 불확실하니 ‘누룽지’라 쓰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눌은밥’은 단어의 구성이나 어원이 확인되니 어법에 맞게 쓴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말이나 방언에 옛말의 흔적이 남기도 한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가마솥이나 냄비 대신 전기밥솥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룽지가 생기지 않게 된 것이다. 누룽지는 밥을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니 전기밥솥을 제작한 이들이 누룽지가 생기지 않게 설계한 결과이다. 결국 누룽지의 바삭하고 고소한 맛과 눌은밥의 재료를 빼앗긴 셈이다.
그렇다고 이 둘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찬밥 신세가 될 찬밥을 모아 프라이팬이나 철판 바닥에 눌러 붙이고 불을 때면 누룽지와 비슷하게 된다. 요즘 판매되는 누룽지는 이렇게 만든 것이니 의도하지 않은 것이 ‘눌은’ 게 아니라 일부러 밥을 철판에 ‘누른’ 것이 되는 셈이다. 이런 풍경이 익숙해지면 후손들은 어원이 불분명한 ‘누룽지’ 대신 ‘누른밥’을 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말은 흔적을 남기며 눌어붙어 있다가 다른 말로 대체되기도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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