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뉴스] 지원 예산도 삭감 ‘지역서점’ 생존 전략은?

■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오전 8시 30분(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강신철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사장
■ 구성 : 김영성 작가
■ 기술 : 송환 감독
■ 유튜브 영상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0q4j103Cz80
◇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 국제도서전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입장권 15만 장 전체가 온라인 선예매로 매진됐고, 도서전이 열리는 5일 내내 오픈런이 펼쳐졌다고 하는데요. 같은 시간, 지역 서점의 현실은 다릅니다. 도서 문화 예산의 축소 속에서 대전 지역 서점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향토 서점 없는 대전, 동네 서점 생존 전략에 대해 강신철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강신철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사장(이하 강신철): 예, 안녕하세요.
◇ 박지은: 우리 지역 서점들, 사실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을까요?
◆ 강신철: 어제(26일) 우연히 지역 서점 대표 세 분과 점심 식사하면서 최근 근황을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다들 너무 힘들고 겨우 버티고 있다, 이런 말씀들을 들었습니다. 책 판매만으로는 월세 내기도 버거우니까 커피도 팔고, 간단한 스낵도 만들어 팔고, 이렇게 북카페식으로 운영해서 겨우 버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박지은: 말씀하신 대로, 특색 있는 큐레이션이나 북토크, 또는 카페 같은 독립적인 콘텐츠를 갖춘 서점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에 긍정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 강신철: 사실 제가 한 20개 정도의 독립 서점들을 둘러봤는데요, 대부분이 그런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갈마동의 ‘바베트 만찬’에서는 30개 이상의 독서 모임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요. 어은동의 ‘우분투 북스’에서도 대표님과 지역 주민들, 주변 학생들이 함께 북토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동구 백룡로에 있는 ‘가까운 책방’에서도 지금 벌써 다섯 번째 작가 초청 독서 모임이 진행되고 있고요. 그 밖에도 노은동의 ‘벌지 책방’, ‘마르타 서재’ 등, 거의 모든 서점에서 취미 모임이나 독서 토론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 박지은: 지역 서점들이 생존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독서 모임 같은 활동들을 자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군요. 그리고 또, 최근 대전을 찾는 외지 방문객들에게 이 지역 서점을 여행 코스로 삼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런 기회를 지역 서점이 관광과 접목해 활용할 수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 강신철: 제가 가본 데로는 충남 보령의 ‘미옥 서점’, 전남 곡성의 ‘품안의 숲’, 충북 괴산의 ‘숲속 작은 책방’ 같은 곳이 있는데요. 이곳들은 일종의 북스테이 형태로, 책도 읽고 숙박도 하면서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도심에서는 그런 관광 코스가 되려면 보통 대형 서점들이 코스에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운 게, 계룡문고 같은 향토 서점이 정말 좋은 관광 코스였는데, 그게 사라진 게 정말 아쉽습니다.
◇ 박지은: 그렇죠. 문고 서점이었던 계룡문고가 사라진 이후,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해 주셨네요. 말씀하신 대로, 저도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 작은 책방’을 가봤거든요. 북스테이 형태로 운영되며, 작은 마을에서 숙박도 하고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정말 아늑하더라고요. 이런 공간들이 대전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강신철: 그런데 도심 속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주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제주도에는 많을 때 200개 정도의 서점이 있었는데, 문화·예술 작가분들이 귀촌해서 책도 팔고, 커피도 팔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었어요. 다들 특색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모델이 대전에서도 적용되면, 지역 서점이 관광 코스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봤습니다.
◇ 박지은: 그렇다면 우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문인들을 길러내는 부분도 함께 이뤄져야겠네요.
◆ 강신철: 맞습니다.

◇ 박지은: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사실 있더라고요. 그런데 잘 몰라서 그러는데, 대전 중구에서는 지역 서점 7곳을 생활문화시설로 지정했다고 하던데, 주민들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습니까?
◆ 강신철: 최근에 지자체 중에서는 대전 중구가 독서 지원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다르다’, ‘넉점반’, ‘구구절절’ 같은 서점들을 지정해서 북 행사를 할 때 구청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 같아요. 대덕구에서도 한때는 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고요. 이게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고, 이용하실 분들은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 서점마다 열리는 행사 시간들이 게시돼 있어서 시민 누구나 참조하시면 다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박지은: 대전시 중구 주민이 아니더라도, 전국에 있는 누구라도 와서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고요. 그리고 또 이 서점에서 책을 직접 빌려볼 수 있는 ‘희망도서 미리봄’ 서비스가 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어떤 내용입니까?
◆ 강신철: 이것도 사실 대전 중구 쪽에 주로 몰려 있습니다. 원하는 도서를 서점에서 바로 대출하고, 서점에 반납하는 방식입니다. 한밭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고요. 예를 들면 ‘구구절절’, ‘노란 우산’, ‘명동서적’, ‘넉점반’ 같은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빌릴 수 있고, 다시 거기다 반납하면 됩니다. 이런 서비스가 다른 구에서도 확산되면 좋겠어요. 금 8개 서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모두 중구에 집중돼 있어요. 은행동, 목동, 대흥동, 유천동 등인데, 유성·대덕·서구 같은 데도 구립도서관들이 있으니까, 이런 걸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책을 한 달에 한 권밖에 못 빌린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좀 확대했으면 좋겠고, 의정부에서 한때 했던 행사 중에 이런 것도 있었어요. 시민이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사면, 그 책을 반납하면 도서관으로 가고, 돈은 다시 돌려주는 서비스. 그런 걸 대전에서도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 박지은: 공공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일반 서점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강신철: 책에 관련된 가장 지원이 많은 나라가 프랑스라고 하고요. 일본도 상당히 발달돼 있고, 미국도 주마다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북샵’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이에요. 아마존 같은 대형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과, 지역 서점에서 사는 게 경쟁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 플랫폼에서는 매출의 일부를 지역 서점에 돌려주는 제도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판매 수익의 80% 이상이 서점에 들어가게 해서, 지금까지 3,500만 달러 이상을 독립 서점에 전달했다고 하고요. 프랑스는 ‘랑법’이라는 고정가격제를 실시합니다. 온라인 서점이든 지역 서점이든, 책을 5% 이상 할인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제합니다. 오히려 지역 서점에선 할인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고요. 아마존이 배송료를 0원으로 하려다가 프랑스에서는 법에 걸려서, 3유로 이하의 책은 배송료를 반드시 물리게 하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형 자본이 독립 서점들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든 것이죠. 이런 제도들을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박지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서 운영해왔잖아요. 말씀하신 제도랑 좀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요. 요즘은 할인 폭이 자유롭게 지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강신철: 온라인 서점에서 사면 10% 정도 할인받고, 마일리지도 주고, 책값이 1만6천 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도 되고요. 그러니까 독립 서점이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 박지은: 이사장님께서 사실 우리 '대전 같은 책 읽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18년 동안 이어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올해도 진행된다고요? 소개 좀 해주시죠.
◆ 강신철: '대전 같은 책 읽기'가 2008년부터 시작됐고요. 지금까지 17번 진행했고, 올해가 열여덟 번째예요. 그러니까 18년째 하고 있는 건데요. 대전 시민들이 도심에 살다 보니,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시민 간 소통이 부족하니까, 일 년에 책 한 권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그걸 토론하면서 시민 공동체 의식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겁니다. 작년까지는 대전시가 행사비를 전액 지원했었어요. 예산 지원을 했었는데, 올해는 완전히 예산이 제로로 삭감됐어요. 그래서 현재는 대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박지은: 아, 그렇군요. 모금을 통해 예산 지원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열악한 상황에 몰렸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그렇다면 이 예산 문제에 대해 지적을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대전 지역 서점과 시민 책읽기 운동을 지원하는 예산이 삭감돼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강신철: 대전시가 마음을 바꿔야죠. 이런 자리에서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영시 축제'가 작년부터 시작했잖아요? 그게 언론에 보도된 공지 예산만 해도 62억 원이더라고요. 그 외에도 부대 비용까지 하면 상당한 금액이 투입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62억 중에 10%, 그러니까 6억만 독서 예산으로 지원해준다면, 국내에서 최고의 독서문화 도시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그게 참 아쉬워요.
◇ 박지은: 그럼 구체적으로 삭감된 예산 규모를 짚어볼 수 있을까요?
◆ 강신철: ‘도서관 및 독서문화 확산 사업 예산’이라는 독립 항목이 있는데, 2024년에는 21억 원이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18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도서 구입비 같은 것도 포함된 예산인데요, 그래서 총 2억 4천만 원이 삭감된 겁니다. 내역을 보면, 저희 ‘희망의 책 대전본부’에서 진행하던 책 읽기 사업 2,700만 원이 전액 삭감됐고요. 작은도서관 책 구입비 200만 원, 대전인문학포럼 970만 원, 대전 북스타트 사업 2,160만 원이 모두 전액 삭감됐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사업’이 많을 때는 6~7억 원까지 있었어요. 2023년에는 1억 3천만 원이었는데, 이것도 올해 전액 삭감돼서, 지금까지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박지은: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 서점 살리기나 책 읽기 사업을 위해 어떤 정책을 하고 있는지 조사해보셨나요?
◆ 강신철: 예, 많습니다. 제가 ‘희망의 책’을 운영하면서 다른 지역 사례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데요, 거의 모든 시에서 지역 서점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천광역시는 ‘미추홀북’이라는 운동을 통해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하면서 전액 지원하고 있고요. 김포시, 울산광역시도 독서동아리 모임 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성남시는 ‘책 읽는 성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동아리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고요. 서울의 ‘서울 북페스티벌’은 워낙 유명하죠. 이런 행사들이 거의 모든 도시에 이뤄지고 있는데, 대전은 사실 고급 인력이 많이 사는 도시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대전시는 독서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 박지은: 서울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 게, 한강변에서 텐트 치고 책 읽는 페어가 화제가 됐었잖아요. 그런 문화가 대전에서도 좀 활성화되고 다양화되면 참 좋겠네요.
◆ 강신철: 그러니까요. 우리도 갑천에서 그런 거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 박지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시민 모임, 그리고 지역 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대안과 정책들이 있다면 조언해 주시죠.
◆ 강신철: 우선 기존에 있던 독서 지원 프로그램들, 지역 서점 활성화 제도들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한때 온통대전 같은 지역 화폐로 책을 사면 캐시백을 해주는 제도가 있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시민들이 온라인 서점보다는 지역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마지막으로, 여름철에 읽기 좋은 책 한 권만 추천해 주시죠.
◆ 강신철: 조금 전에 낭월동에서 행사 얘기가 나왔잖아요? 저도 대전에 살면서 대전 작가들이 쓴 책을 좀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인데요. 박현주 작가의 『랑월』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대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 역사 유산을 알아보는 데도 좋은 책이라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박지은: 강신철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은 기자 (no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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