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은 가고 나토는 불참…도전받는 ‘아슬아슬’ 이재명식 ‘양손잡이 외교’

정윤성 기자 2025. 6.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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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외교’와 ‘오락가락’ 사이…위성락도 경고한 ‘애매모호 외교 좌표’ 수면 위로
나토 건너뛴 李…위성락 보냈지만 ‘대타 외교’ 한계 속 관세·방위비 과제 산적
중동 전쟁으로 증명된 ‘힘 우위’ 국제 질서…미·중 압박 속 李 실용외교 시험대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우리도 나름 (외교안보 좌표를) 정하는 것이 좋다. 미국이 3시 방향을 기대하고 중국이 9시 방향을 주문할 때, 한국은 기본적으로 1시 반 방향의 대처를 하는 나라임을 인식시키는 식이다. 이미 일본·호주·인도는 3시부터 12시 사이에서 조금씩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 우리가 해서 안 되는 일은 3시 방향, 9시 방향을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REUTERS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공약을 설계한 외교 책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020년 자신이 펴낸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주변국들과의 국제 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상황에서 한국만의 외교적 좌표를 설정하지 못한다면 이들 모두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주장은 그간 한국 외교가 확고한 방향성 없이 그때그때의 이벤트에 편의적으로 대처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대표적으로 '사드 배치'와 미·중 무역전쟁 등 주요 주변국들이 이해관계를 두고 격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면서 국제사회에 '오락가락' 외교적 스탠스를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좌표'는 지금 몇 시를 향하고 있을까. 6월22일 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최종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좌표는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토 32개 자유진영 핵심 회원국에 취임 초기부터 불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위성락 안보실장이 이 대통령 대신 참석했지만, 전임 대통령이 3년 연속 참석했던 외교적 일관성을 감안하면 회원국들 사이에 의문점이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방산 세일즈 외교의 기회 하나가 날아갔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국제 질서에 '힘의 논리'가 강해진 만큼 강대국의 외교 노선을 강요하는 상반된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한미 관계만 해도 관세와 방위비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협상과 청구서가 예정돼 있다. 동시에 미국의 이란 공격에 영향을 받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결속은 더 강해지고, 권위주의 진영의 압박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李 나토 불참에 멈춰선 '외교 일관성'

이재명 대통령이 6월17일(현지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정부에서 3년 연속 참석한 회의에 불참할 경우 외교적 일관성 측면에서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포함해 9개국 정상과 만나 데뷔전을 무난하게 펼친 만큼 실용외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이어갈 기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 회담이 불발된 만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관세와 방위비 등 산적한 한미 외교 현안에 대한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상견례 회동을 갖는 게 시급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역시 이런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대통령실은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성과가 불투명해진 점 역시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참석 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데다, 참석하더라도 주요 논의 테이블에서 통상 문제가 밀릴 경우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불참 결정을 두고 정치권의 의견은 갈렸다.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과 그에 따른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으로 엄중한 외교적 시험대를 마주하고 있다"며 "이번 불참으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되어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 외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동 전쟁까지 겹친 복합위기를 고려해 내린 고심 어린 결정"이라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나 관세 협상 등 양국 간 현안의 시급성을 잘 알고 있지만, 나토 정상회의에 무작정 달려가면 해결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인도·태평양 4개국(IP4) 중 뉴질랜드 정상만 참석했다는 점에서 별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많았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리지 총리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동 정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장관급을 대신 보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IP4와의 특별회동에 아예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이 대통령이 참석했어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긴 어려웠을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6월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략적 모호성' 한국…선택의 시간 다가와

하지만 이들 IP4 국가는 과거부터 한국에 비해 명확한 외교적 방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일찍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일 외교 전략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FOIP) 정책을 강하게 지지하고, 다자안보협력체인 쿼드(4개국 안보 회담·QUAD)를 결성하면서 신냉전 이후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경제 문제에선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점차 낮추면서도 7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의 관세 문제에서는 실리를 우선한 다양한 교섭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외교 좌표는 3시 미국 측에 기운 '1시 반'을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호주 역시 2021년 미국·영국과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며 인도·태평양 권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기본적인 좌표를 설정한 상태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호주는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선을 긋고 독자 노선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정권마다 외교 노선의 변화가 잦았던 탓에 이들에 비해 전략적 모호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한미 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중국의 간섭을 우려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외교 기조 속에 내세우고 있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나 '양손외교' 기조가 다소 불명확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위성락 안보실장이 오랫동안 우려를 표시해온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저서에서 "한국 내에는 주변 주요국 간의 대립 구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적다. 오히려 이를 회피하고 안주하려는 관성이 강하다"며 "미·중 사이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모호하게 처신했다. 선택이 불가피해지면 그때그때 다가오는 압력의 정도에 따라 편의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많았다"고 적었다. 나토 정상회의에 대신 참석한 위성락 실장조차 그때그때 대처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던 셈이다.

대한민국 외교안보 시계에 '불가피한 선택의 시간'은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6월25일(현지시간) 나토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방위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하면서 다음 화살은 아시아를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는 GDP 대비 2.32%(약 61조원) 수준으로, 나토 수준인 5%를 요구할 경우 연간 130조원 규모의 국방비 지출이 필요해진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6월24일 한 세미나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관련해 "건설, 인건비, 군수비용 세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다른 비용도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비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도 한국과 분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러 등 권위주의 진영의 압박도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미국이 언제든 지역 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에 이런 움직임은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7월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2009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최근 노골적인 친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도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북한과의 민감한 관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재명 정부 입장에선 외교적 좌표 설정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진 셈이다.

이스라엘 라이흐만대의 중국·중동 전문가인 게달리아 애프터먼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무력을 동원해 이란에 개입한 것은 미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도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심어줬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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