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휠마스터 1호 될래요"…발달장애 청소년들, 휠체어 정비 도전기[르포]

문영호 기자 2025. 6. 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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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와 공구함이 나란히 놓였다.

신호와 함께 휠체어가 뒤집히고 소켓렌치의 회전음 속에 분해가 시작된다.

시간 안에 휠체어가 재조립되지 않으면 실격이다.

휠마스터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시간 안에 휠체어를 분해하고, 세정해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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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 직업 교육, 안산교육지원청 '휠마스터 자격증반'
10주 훈련 끝, 7월1일 자격증 취득시험 대비 '연습 또 연습'
[안산=뉴시스]문영호 기자=25일 안산교육지원청 휠마스터 자격증반에서 학생들이 휠마스터 자격취득시험 준비 실전 연습이 진행 중이다. 휠체어 뒷바퀴를 분해하고 있다.2025.06.27.sonanom@newsis.com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휠체어와 공구함이 나란히 놓였다.

공구함에는 방수 앞치마와 팔토시, 드라이버, 스패너, 육각렌치와 소켓렌치가 들었다. 세정제와 소독제가 별도로 놓였고, 칫솔·청소솔·붓솔, 막걸레·소독걸레도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시작"

신호와 함께 휠체어가 뒤집히고 소켓렌치의 회전음 속에 분해가 시작된다.

지난 25일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2025 휠마스터 자격증반' 교실 풍경이다.

발달장애 특수교육대상 학생 6명으로 구성된 휠마스터 자격증반 학생들은 지난 4월16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10주 동안의 훈련을 마쳤다. 이날은 내달 1일 양주에서 열리는 휠마스터 자격증 취득시험 준비를 위해 실전 연습을 하는 날이다.

앞바퀴, 뒷바퀴를 분해하고 세정, 다시 휠체어를 조립한 후 이번에는 프레임을 닦는다. 스팀청소기로 손잡이와 팔걸이, 등받이, 시트, 발판까지 닦아내고 소독제를 뿌리면 끝. 제한시간은 30분이다. 추가 시간은 2분. 시간 안에 휠체어가 재조립되지 않으면 실격이다.

[안산=뉴시스]문영호 기자=25일 안산교육지원청 휠마스터 자격증반에서 학생들이 휠마스터 자격취득시험 준비 실전 연습이 진행 중이다. 휠체어에서 떼어 낸 앞바퀴를 닦고 있다.2025.06.27.sonanom@newsis.com


가연이(안산 단원고)에게 휠체어 뒤집기는 일도 아니다. 수업 첫 날 방문했을 때 두 명이 힘을 합쳐도 휠체어를 뒤집지 못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능수능란하다.

준서(안산 단원고)의 소켓렌치 돌리기는 수준급으로 바뀌었다. 뒷바퀴를 본체에 조립하는 손놀림이 날래다.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워낙 빠른 손놀림에 정지된 모습이 찍히지 않는다. 수업 첫 날 너트 풀기 방향을 몰라 오히려 너트를 조이던 준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현이(한국 선진학교)의 신발끈이 풀렸다. 자꾸 거슬린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지금은 왼쪽 뒷바퀴를 닦아야 할 시간. 오늘따라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친구들은 어쩌고 있나 슬쩍 곁눈질을 한다. 그래도 제일 앞서 있다. 다행이다.

진용이(송호고)의 얼굴이 굳었다. 휠체어 세정은 물론 조립을 끝냈지만, 하나 뿐인 스팀청소기를 다른 친구가 사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시간에는 꼴찌가 분명하다. '소독제부터 먼저 뿌려볼까' 고민하지만, '아서라 스팀으로 닦아내면 말짱 도루묵인걸.'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안산=뉴시스]문영호 기자=25일 안산교육지원청 휠마스터 자격증반에서 학생들이 휠마스터 자격취득시험 준비 실전 연습이 진행 중이다. 휠체어 앞바퀴에 천장 형광등이 반사될 정도로 윤이 난다. 프레임에는 아직 크레파스 얼룩이 남아 있다.2025.06.27.sonanom@newsis.com


휠마스터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시간 안에 휠체어를 분해하고, 세정해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심사위원이 사전에 휠체어 바퀴와 프레임 등에 크레파스를 이용해 얼룩을 만들어 놓는다. 바큇살 하나, 너트 하나도 꼼꼼히 닦아야 한다. 시간 안에 조립이 안 되면 실격. 얼룩이 발견될 때마다 하나씩 감점 처리된다.

안산교육지원청 휠마스터 자격증반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모두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19세~22세다.

발달장애인 대다수는 의사소통과 대인관계 기술, 문제해결 능력 부족 등의 어려움으로 독립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장애인의 20.3%만이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박진아 안산교육지원청 직업코디네이터는 "발달장애 학생의 자격증 취득을 도와 전문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휠마스저자격증반을 개설했다"며 "발달장애 학생의 입장에서는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의 취업으로 돌봄의 부담을 덜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가장 큰 어려움은 미취업 발달장애 자녀의 돌봄이라고도 귀띔한다.

22살 진용이는 교육생 중 가장 맏이다. 조립을 끝낸 후 프레임을 닦는 걸 자꾸 잊어버려 걱정이다.

"학교 선생님께서 휠마스터 자격증반에서 교육을 받으라고 추천하셨어요. 자격증을 취득해서 취업을 하는 게 목표예요"

19살 가연이. 휠체어 분해·세정·조립을 24분에 모두 끝내는 실력파다.

"선생님께서 여성 휠마스터는 아직 없다고 하셨어요. 최초의 여성 휠마스터가 될 거예요"

한 번 더 연습을 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아이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선생님은 아랑곳 없이 크레파스를 들고 휠체어 하나하나에 얼룩을 만들어 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an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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