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이재명 정부의 공정 경제정책은?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민생안정과 경제회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집권한 지 20여 일 동안 대통령의 행보는 온통 기업, 민생현장, 자본시장 활성화, 추경예산에 맞춰져 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일 터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수요공급 곡선과 미적분놀음이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치국방략을 말한다.
최근 중국에서 주목할 만한 입법이 있었다. 중국경제도 내수가 얼어붙고 과잉생산으로 약한 디플레이션을 앓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의 상황이 어렵다. 중국정부가 민간기업 구제에 나섰다. '민영경제촉진법(民营经济促进法)'과 '중소기업대금지급보장조례(保障中小企业款项支付条理)'이다.
먼저 민영경제촉진법을 살펴보자. 2025년 5월20일 시행되었다. 민영경제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나는 민영경제를 민간경제 혹은 시장경제와 같은 의미로 이해했다. 민영경제에 대비되는 강력한 공영경제가 있다는 것이고 민영경제는 살피고 보듬어야 할 만큼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 헌법 제6조에서 "중국사회주의제도의 기초는 사회주의공유제이다"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제15조 "중국은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실행하고 있다"며 민영경제를 받아들였다.
중국에도 엄연히 회사법이 있고 자본시장이 있다. 나는 중국에 살면서 토지소유제를 제외하고는 사회주의를 체감한 적이 거의 없다. 이미 충분히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유제가 경제제도의 근간이다. 민영경제촉진법 입법에 대해 중국정부와 학계는 중국시장경제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민영경제촉진법의 대상은 중국 내에 등록설립한 법인, 비법인기업과 영세상인조직 등을 포괄한다. 이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민영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입법되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주무부처이고 시장감독관리국이 감독기관이다.
중국민영경제의 핵심주체인 중소기업은 약 5300만개가 있다고 한다. 이들이 세수의 50%, GDP의 60%, 기술혁신의 70%, 고용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경제 활력의 근원이다. 중국경제는 사회주의공유제 위에 시장경제를 도입한 연유로 여전히 국영기업이 에너지, 조선, 자동차, 은행, 인프라건설 등 핵심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진입장벽을 높여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동방항공(항공), 공상은행(은행), Sinopec(에너지), Sinopharm(의약), 동펑자동차(자동차) 등 98개 중앙국영기업과 상하이자동차, SMIC(반도체) 등 수많은 지방국영기업들이 있다.
SINO, China로 시작하는 영문이니셜은 대부분 중앙국영기업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 테무, 지리(자동차), BYD(자동차), DJI(드론) 등은 민영기업이다. 보다시피 국가기반산업은 모두 국영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관료와 국영기업 임원간의 인사 이동이 자유로워 사실상 국가공무원조직이라고 봐도 된다. 장쩌민 총서기, 왕치산 부총리 등이 국영기업 사장에서 국가최고위직에 오른 인물들이다.
구조적으로 미국처럼 스페이스X(우주항공), 테슬라(자동차), 엔비디아(반도체) 같은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국영기업이 돈 되는 사업을 다 싹쓸이해가고 무풍지대에서 방만하게 운영하는 전형적인 비효율경영체제이기 때문이다. 국영기업들은 대부분 적자상태다. 그럼에도 국영기업은 정책적 독점지위, 국가신용도를 이용한 무제한 자금조달능력, 국가기초연구개발인프라, 국가정보와 토지사용권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및 활용 등 우월한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민영경제촉진법은 이를 타계하기 위한 입법으로 보인다. 민영기업에게 국영기업이 독점한 철도, 원자력 등 인프라산업에 입찰기회를 부여했다. 그리고 국영기업이 받는 지원정책도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했다. 더 나아가 국영기업에 의한 차별, 부당경쟁행위, 반독점행위 등 소위 갑질로부터 민영기업을 보호할 근거조항을 두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홈페이지에 차별행위 등을 신고할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어 관리토록 했다.
중국의 사회주의 공유제는 토지제도에서 발현된다. 모든 토지는 국유 및 공유제로 민간은 토지사용권만 사고팔 수 있다. 국영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토지자원도 민영기업에게 평등하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위법한 행정 간섭, 행정권력 남용과 관할지를 벗어난 행정처분행위 등도 규제해 민영기업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관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주무부처가 금융지원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민영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도록 했다. 은행들이 민영기업의 채권, 주식, 지식재산권, 창고증서 등을 담보물로 인정하도록 하고, 신용대출도 확대하도록 했다. 정부는 질권등기, 자산평가, 거래 등 행정편의를 제공하고 연구개발기금을 통해 민영기업이 기술혁신 및 미래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경제활력이 다운되면서 중소기업의 불량채권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국영기업과 대기업이 우월한 시장지위를 악용한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6월 1일 '중소기업대금지급보장조례(保障中小企业款项支付条理)'가 시행되었다.
2024년 말 현재, 중소기업의 채권액이 26.06조위엔(약 5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전체 제조업 이익의 3.5배, 즉 3년 반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모두 대손처리 대상은 아니나 채권회수 기간이 평균 134일에 달한다. 공사대금이 완공 후 4개월 이상 지급연체된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자금경색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 지방정부 문 앞에 대금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유이다.
중소기업대금지급보장조례는 국무원산하 정부기관, 대기업, 국영기업 등이 중소기업의 계약의무이행 후 30일 내 대금을 모두 지급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별도 약정이 있는 경우에만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소기업이 지급하는 거래보증금도 법정 범위 내에서만 수취하도록 하고 입찰보증금, 이행보증금, 품질보증금, 농민급여보증금 외 기타 임의로 요구하는 보증금은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보증금에 현금 외 담보증서 혹은 현물지급도 허용하기로 했다. 발주기업(원청)의 대금미수를 이유로 협력업체(하청)에 대금지급을 지연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 외 행정감사, 법정대표의 변경, 준공검수일 연기 등도 모두 체불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신용대출과 채권, 지식재산권, 구매계약, 재고, 기계설비 등을 담보로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급지연된 대금에 대해 시중은행 1년대출 이자율보다 높은 이율, 별도 약정이 없는 경우는 매일 1만분의 5의 연체이자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급지연한 계약수량, 금액 등을 국가기업신용공시시스템에 공시해 발주기업의 신용도에 영향을 주도록 했다.
주무부처인 중국공업신식화부에 '전국위약연체중소기업신고플랫폼(全国违约拖欠中小企业款项投诉平台)'을 설치해 관리하도록 했다. 처리결과는 30일 내 신고기업에 통지하고 최대 90일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특기할 사항은 법적 처벌보다는 주무부처의 행정지도, 대금체불 기업의 사회신용도에 영향을 주거나 언론보도 등 간접적이고 사회적 감독을 위주로 책임이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이 민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민영경제촉진법이 국영기업과 민영기업간의 관계를 평평하게 조정하는 것이라면 중소기업대금지급보장조례 시행은 빠른 채권회수로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자금유통 속도를 높여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 지급지연을 기업신용도로 관리감독하는 방안은 중국사회신용시스템을 개선하는 선한 결과도 가져올 것이다. 그만큼 정부규제 역할은 줄어들고 시장자율규제가 증가할 수 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민영경제촉진법에서 국영기업이 독점하는 인프라산업과 첨단연구개발분야에 민영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자금조달을 용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영기업과 민영기업간의 경쟁촉진을 통해 국영기업의 경영효율 개선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IMF 구제금융 시절, 한국의 공기업들은 효율화라는 미명하에 민영화되기 시작했다. 중국도 1990년대 비대한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거나 폐쇄했다. 이로 인해 대량실업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민영기업들을 국영기업의 시장으로 진입시켜 경쟁을 붙이는 방향으로 비효율성을 해결하려는 것 같다.
우월한 시장지위를 가진 국영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동일한 룰과 출발선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입법으로 민영기업과 사회적 약자인 중소영세기업을 위해 약간의 보듬을 주었다. 목표는 하나이다. 바로 국가경쟁력 강화와 고용확대다.
한국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노란봉투법, 상법개정 등 평평한 경제운동장을 만드는 입법이 재추진되고 있다. 운동장을 고르는 것은 공정한 경쟁과 영광스런 승리를 위한 기초공사이다. 학연, 지연, 금수저의 세상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장참여자들이 능력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자유시장이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