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 수 없다는 것, 그게 문학이에요” [.txt]

한겨레 2025. 6. 27.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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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명이 찾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국외 작가들의 행사도 풍성했다.

아센 작가는 "유리를 일부분이라도 가리면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체가 있는 살인보다 완전한 실종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센 작가는 바로 모호성이 '문학의 정의'를 말해준다고 반색했다.

"다 알고 싶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센 작가에게 문학은 '다 알 수 없다'는 모호성을 믿어주고 탐구하는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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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저녁 6시 서울국제도서전 프랑스관에서 소설가 릴리아 아센의 내한 북토크가 열렸다. 아센은 최근 ‘파노라마’라는 소설을 내놨다.

지금 북토크는요

15만명이 찾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국외 작가들의 행사도 풍성했다. 지난 19일 저녁 6시에는 프랑스관 초청으로 소설가 릴리아 아센의 내한 북토크가 열렸다. 진행은 이다혜 씨네21 기자이자 작가가, 통역은 박사라 한국외대 교수가 맡았다.

‘파노라마’는 아센의 세번째 소설이다. ‘르몽드’, ‘르파리지앵’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그는 전작 ‘쓰라린 태양’(Soleil amer)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파노라마’로 르노도상 청소년 선정 작품상을 받았다.

이다혜 작가는 먼저 ‘파노라마’의 배경과 사건에 대해 물었다. “소설 속 2049년의 프랑스는 건축물의 벽이 유리로 돼 있어 누구나 서로를 볼 수 있는 사회”라고 소개하며 소설이 살인이 아니라 실종으로 시작하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아센 작가는 “유리를 일부분이라도 가리면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체가 있는 살인보다 완전한 실종일 것”이라고 답했다.

납치인지, 자발적 증발인지, 살인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불안감이 ‘파노라마’ 초반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또한 불안감은 에스엔에스(SNS)에서 실체 없이 무성해지는 소문과 닿아 있다. 아센 작가는 “에스엔에스의 포스트 하나하나가 이미 투명한 창”이라며 그래서 “투명성의 위험을 간과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유리 건축물 설정에 투영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실종이 의미하는 모호성 자체가 이 소설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아센 작가는 바로 모호성이 ‘문학의 정의’를 말해준다고 반색했다. 아센 작가는 통제 욕구를 경계한다. 우리가 통제 욕구를 충족시키려 할수록 사회에 큰 위험이 도래하리라고 점친다. 통제 욕구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너에게 있다’는 신뢰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빠른 호흡으로 답변을 이어 가던 아센 작가가 이렇게 반문했다. “다 알고 싶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센 작가에게 문학은 ‘다 알 수 없다’는 모호성을 믿어주고 탐구하는 장르다.

북토크 후반부, ‘파노라마’로 독서 모임을 했다는 독자가 질문했다. 소설 속 2049년과 2025년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는데, 이 점을 의도한 것인지. 아센 작가는 정확하다며, “이 책이 에스에프(SF) 소설로 읽히기보다 근미래를 배경 삼아 더욱 생생하게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는 소설이기를” 바랐다.

이다혜 작가가 뉴스를 보며 느끼는 고통을 언급했을 때,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이 작가가 비관하기 쉬운 시대에 주저앉지 않는 법을 물었다. 이에 아센 작가는 ‘파노라마’에 숨겨둔 장치 하나를 공개했다. 바로 실종되는 사람들이 모두 예술가라는 것. 그에게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시대에 저항하고 내면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센 작가는 책을 읽는 동료들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마침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이었다. 언어를 넘어 같은 책을 읽은 우리는 이미 서로의 ‘믿을 구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로를 향한 우정의 박수로 북토크가 끝을 맺었다.

글·사진 김정옥 어떤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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