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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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석엔 붉은 비단, 장막은 비취빛 비단, 술자리 시중드는 아리따운 미녀.
나이는 열대여섯, 내 재능을 존중하기라도 하듯 술 그득 채워 내게 권한다.
그녀가 '술 그득 채워 내게 권함으로써' 자신의 마음까지 듬뿍 담았다고 어림한다.
실제 두 사람이 노래를 매개로 서로 죽이 맞아 깊은 연분을 맺었는지, 아니면 시인이 술김에 슬쩍 품어본 엉큼한 망상에 불과한지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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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열대여섯, 내 재능을 존중하기라도 하듯 술 그득 채워 내게 권한다.
검푸른 긴 눈썹, 붉고 작은 입술, 내 귀에 대고 소곤대는 말.
“버들 그늘이 짙게 드리운 길모퉁이, 그곳이 제집이에요. 문 앞엔 불그레 살구꽃이 피었지요.”
(錦筵紅, 羅幕翠, 侍宴美人姝麗. 十五六, 解憐才, 勸人深酒杯.
黛眉長, 檀口小, 耳畔向人輕道. 柳陰曲, 是兒家, 門前紅杏花.)
―‘경루자(更漏子)’ 장선(張先·990∼1078)
술시중 드는 앳된 미녀의 유혹이 심상찮다. 묻지도 않았건만 제 집 위치를 소상히 알려준다. 그것도 귓속말로 나지막이. 왜 그녀는 자칫 철부지의 경솔한 태도로 매도될 수도 있는 이런 행동을 보였을까. 여기에 시인은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인다. 가기(歌妓·기생)로서 존경과 감탄의 뜻을 담아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술 그득 채워 내게 권함으로써’ 자신의 마음까지 듬뿍 담았다고 어림한다. 실제 두 사람이 노래를 매개로 서로 죽이 맞아 깊은 연분을 맺었는지, 아니면 시인이 술김에 슬쩍 품어본 엉큼한 망상에 불과한지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어쨌든, 재자(才子)와 가인(佳人) 사이에 고조된 정분(情分)의 결말이 미지수로 남은 게 좀 아쉽긴 하다.
송대 문인들이 가기와 교류한 사례는 매우 흔한 일. 그 대표적 인물이 유영(柳永)이다. 벼슬에 실패하고 평생을 청루(靑樓)에서 지낸 그를 두고 가기들은 ‘황금 천 냥보다 유영의 마음에 드는 게 낫다’고 노래할 정도였다. ‘경루자’는 곡명.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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