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벗어나라…정말 중요한 걸 놓치지 않으려면[책과 삶]

‘알코올 중독’ 건강 저널리스트가 쓴 33일간의 알래스카 순록 사냥기
“작은 동그라미, 그 너머엔…” 과밀 도시 속 현대인에 전하는 깨달음
포식자의 위협, 극한의 날씨, 배고픔 등으로 항상 죽음의 위협에 처했던 과거 인류와 달리 현대인은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안온한 생활을 유지 중이다. “미국인은 하루 중 93% 이상의 시간을 냉난방 시스템이 있는 실내”에서 지낸다. 배고픔은 느낄 새가 없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고칼로리 음식들이 널려 있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는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정량 이상의 과도한 음식을 먹는 콘텐츠가 유행한다. 따분함을 느낄 새도 없다. “1920년대, 라디오가 대중에게 방송되자 처음으로 온종일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 마침내 2007년 6월29일, 아이폰이 탄생하자 따분함은 영원하고 완전한 사망 선고”에 처한다.
편안함의 시대다. 그런데 편안함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잘 움직이지 않고 많이 섭취하다 보니 비만, 당뇨 등 성인질환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소비되는 담배나 술에 중독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중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사용은 일상생활에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우울증과 편집증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해 미래 인류의 진화된 모습은 목과 어깨가 심하게 굽고, 손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한 형태일 것이라는 예측이 장난과 우려 속에 퍼진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 김원진 옮김
수오서재 | 444쪽 | 2만2000원
미국에서 건강 분야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마이클 이스터도 마찬가지다. 알코올중독으로 술에 취한 채 살았던 그는 어느 날 계속 이렇게 살다간 자신이 지금 죽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느낀다. 자신을 누워 있게 만들던 술이라는 ‘액체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간다. 불편하게 먹고 자고 걸으며 그는 자연 속에서 생존하며 느끼는 적절한 스트레스와 도전이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은 그가 떠난 33일간의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기와 불편함에서 나오는 지혜를 얻기 위해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의 깨달음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를 순록 사냥으로 이끈 도니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 작은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내 잠재력이다’ 하면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정말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거죠.”
도니가 말한 울타리는 인간의 몸과 정신에만 처진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도시도 울타리다. 이스터는 순록 사냥 여행을 떠나며 불안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도시를 떠나는 불안감처럼 보인다. “오늘날 미국인의 약 84%가 도시에 산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갖춰진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은 비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밀해진 도시는 역시 인간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시의 편리한 교통체계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유입량이 몰리는 시간이면 종종 마비에 빠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저 걷는 것이 차를 타고 막힌 도로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빠르다.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책은 진화심리학자 사토시 가나자와 런던정경대 교수의 말의 빌려와 “인구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인간의 뇌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안감과 불편함은 주관적인 행복감의 하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생체역학자 케이티 보먼의 말을 빌려와 평범한 도시의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인공 수족관에 감금당한 범고래에 비유하기도 한다. “수족관에서 자라는 범고래는 지느러미가 힘없이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에서 사는 범고래에게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지느러미를 꼿꼿이 세우고 매일 수백㎞를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부하를 견디는 힘이 세거든요.”
저자는 어느 날은 죽음을 생각하다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국가 교육 과정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부탄으로 날아간다. 부탄 행복부 장관 등을 만나 행복과 죽음 등에 대해 묻는다. 인간을 위기에 빠뜨린 편안함이라는 것을 주제로 조금씩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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