쩡찌, 첫 산문집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출간

곽성일 기자 2025. 6. 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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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복숭아·귤에 담긴 추억과 감정…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표지.
화제의 만화 에세이 『땅콩일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일러스트레이터 쩡찌가 첫 산문집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사이언스북스)를 출간했다. '과일'을 주제로 한 이번 책은 띵 시리즈의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로, 한 조각의 수박처럼 시원하고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다.

『땅콩일기』 시리즈를 통해 짧은 만화와 시 같은 문장으로 삶의 결을 어루만져온 쩡찌는 이번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을 글로 풀어냈다. 책은 수박, 복숭아, 감, 귤, 사과, 키위 같은 과일을 매개로 한 가족과의 추억, 친구와 나눈 온기,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머금은 성장의 순간들을 담담하면서도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8월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 거야"

책의 제목처럼 이 에세이는 여름의 길이와 수박의 단맛,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연결지으며 시작된다. 겨울 복숭아를 들고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마음, "올해 첫 수박 먹었어?"라는 다정한 안부 인사, 백화점 청과 코너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아버지의 구두를 새로 사드린 기억 등, 삶의 어느 페이지마다 과일은 빛나는 상징이 되어 등장한다.

과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쩡찌는 과일을 "만지면 만져지는 동그라미"라고 표현하며, 그것을 통해 감정의 형태를 포착한다. 엄마가 건네던 붉은 수박 조각, 아빠가 박스로 보내온 키위, 친구에게 골라 건네는 귤 하나. 그 소소한 장면들 속에는 다정함과 배려, 기억과 감정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을 "오랑우탄"이라 자칭할 정도로 과일에 진심이다. 그러나 그 진심은 단지 미각의 문제를 넘어, 관계와 성장, 치유의 문제로 확장된다. 과일을 좋아하는 마음은 결국 삶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본문 중 「엄마가 나와서 사과 먹으래」 같은 에피소드는 과일 하나로 시작된 기억이 어떻게 가족의 이야기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엄마, 우리 가난했는데 어떻게 과일을 그렇게 많이 먹었지?"라는 물음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릴 정직한 고백이자, 한 시대를 함께 보낸 이들의 보편적 감정이다.

책 속 곳곳에는 쩡찌 특유의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함께 수록돼 있다. 『땅콩일기』로 익숙한 그의 그림은 이번에도 말보다 선명한 감정을 전하며, 여름의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한다. 선풍기 앞에서 수박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 매미 소리 가득한 대나무 돗자리 위의 풍경들이 그림과 함께 텍스트를 넘어서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표지 역시 작가의 자화상 같은 이미지로 구성됐다. 이수희 작가의 『난 슬플 때 타코를 먹어』에 이어 띵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글과 그림을 함께 선보인 산문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소설가 구병모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오늘치 비타민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우리는 한 존재의 당도를 측정할 수 없으며, 관계의 신선 기간을 알지 못한다." 『파과』의 작가 구병모는 추천사에서 이 책이야말로 잊히기 직전의 과일처럼 우리 삶을 깨우는 문장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책장을 덮고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꼭지를 따는 순간, 독자는 이미 이 책이 선물한 계절 속에 들어서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