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하루에 한끼의 위로… 김밥천국 같이 가실래요?
공무원, 학습지·다문화 교사, 암투병 세무사
저마다 다른 사연 가진 이웃 삶 연작소설로

■ 김밥천국 가는 날┃전혜진 지음. 래빗홀 펴냄. 352쪽. 1만7천500원

인천 중구청이 ‘인천시청’이었고 중구가 행정 중심지 기능을 하던 시절, 남동구 구월동은 인천의 변두리였다. 1985년 인천시청이 구월동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그 인근에는 대단지 ‘주공 아파트’와 함께 다양한 도시 기반 시설이 조성됐으며, 대형 종합 병원도 들어섰다. 대단지 주공 아파트는 2000년대 더더욱 큰 규모의 초대형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되면서 현재의 도시 모습을 갖췄다.
구월동 인천시청 인근은 송도국제도시처럼 화려한 고층 빌딩과 첨단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도, 중구 구도심처럼 고풍이 밴 역사 도시도 아니다.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의, 한 세대 정도는 거쳐 간, 제법 오래된 도시의 모습이다.
전혜진 작가의 연작 소설 ‘김밥천국 가는 날’은 인천시청 인근 구월동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은 시청 근처 김밥천국이라는 공통의 공간을 공유한다. 김밥천국에서 파는 음식이 각각의 단편 소설 제목으로 쓰였다. 그 음식은 소설의 두 번째 주인공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소설 각 편의 주인공은 다른 편의 주인공과 인연이 있거나 소설 속에서 스치기도 한다.
40대 후반의 은심(‘치즈떡볶이’)은 떡볶이 양념이 잔뜩 묻은 떡인 줄 알고 씹었다가 대파의 흰 부분이라서 당황해 하는 상황을 학습지 교사인 자신의 처지와 비교한다. 말기 암 투병 중에도 학습지를 풀었던 성인 학생의 장례식장을 간 후 은심은 “평범한 떡볶이에 치즈 한 장을 더하듯” 자신의 삶에 무언갈 쌓아 보겠다고 생각한다.
시청 홍보과 공무원 은희(‘김밥’), 시동생을 건사해야 했던 시청 민원실 직원 영주(‘오므라이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베트남 출신의 교육청 다문화교사 리엔(‘비빔국수’), 말기 암 투병을 하는 세무사 진수(‘김치만두’) 등 이웃 같은 인물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김밥천국에서 각 편의 제목으로 쓰인 음식을 먹는다.
구월동 인천시청 인근의 모습을 아는 독자는 소설 속 그 풍경이 반가울 것 같다. 개성에서 인천으로 피란 내려와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일하며 고생 끝에 주공 아파트를 분양받아 그 아파트에서 개성식 만두를 빚는 진수 할머니의 모습이 꼭 인천 사람이다. 주안역 재수학원에서 늦은 밤 나와 비싼 참치김밥 대신 ‘1000원 김밥’으로 허기를 달래던 은희도 그렇다.
김밥집의 대명사처럼 된 ‘김밥천국’은 주안역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졌다. 전혜진은 ‘작가의 말’에서 “인천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져나간 김밥천국이라는 이름과, 신포동 쫄면에서 시작해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밥천국 음식 묘사가 읽는 이를 분식집으로 이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