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전담, 일반담배보다 훨씬 더 중금속 위험"

김다정 2025. 6.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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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니켈 등 검출량 일반담배보다 많아...담배로 규정 안해 청소년 흡연 사각지대
일부 일회용 전자담배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려한 색상, 다양한 맛과 향,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일회용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에스코 바', '플럼 페블', '엘프 바' 등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전자담배 3개 브랜드의 제품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수준의 중금속 오염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들 브랜드의 7개 제품을 대상으로 중금속 함량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 일부 제품에서 기존 충전식 전자담배나 일반 담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독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또한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전자담배의 액상에서도 이미 위험한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특히 '에스코 바' 제품에서는 뇌 손상을 일으키는 납과 암을 유발하는 니켈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또한 모든 브랜드 제품에서 발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안티몬이 사용 전 액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에스코 바 전자담배. [사진=에스코 바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런 중금속이 전자담배 내부의 합금 부품에서 액상으로 녹아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에스코 바' 제품의 일부 부품은 납이 20~40% 포함된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일회용 전자담배가 제조 단계부터 이미 독성 물질에 오염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최대 1500회 흡입 실험을 진행한 결과,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크롬, 니켈, 안티몬 등 독성 중금속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7개 제품 중 3개 기기에서 나온 증기의 니켈 농도와 2개 기기의 안티몬 농도가 암 위험 기준을 초과했으며, 4개 기기에서는 납이 건강 위험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에스코 바' 제품에서 나왔다. 이 제품은 단 200회만 흡입해도 일반 담배 20갑을 피울 때보다 더 많은 납을 방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전자담배 200회를 흡입하면 일반 담배 1갑을 피운 수준이라고 추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수준의 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를 주도한 브렛 폴린 교수는 "뇌 손상을 일으키는 납과 암을 유발하는 니켈, 안티몬이 위험한 수준으로 검출됐다"며 "일회용 전자담배의 숨겨진 위험성에 대한 시급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해외는 일회용 전자담배 금지…한국은 규제 '사각지대'

일회용 전자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 환경오염 문제 등이 연이어 강조되면서 해외 주요국들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는 규제가 허술해 청소년들이 일회용 전자담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대부분의 일회용 액상 전자담배 제품의 상업적 판매를 금지했으며, 프랑스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지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호주 역시 해당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영국도 올해 6월부터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일회용 전자담배를 '담배'로 규정조차 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현행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을 담배로 규정하고 있어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담배 분류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일회용 전자담배는 담배 관련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인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으며, 택배 거래도 가능하다. 담배 소매상 지정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판매할 수 있어 사실상 무허가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소년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일회용 전자담배는 무인 매장 등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청소년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니코틴을)천연 담배잎에서 추출한 것은 일회용 전자담배라도 규제 대상이 되는데 합성 니코틴이 들어간 제품은 담배로 규정하지 않아 청소년 보호나 온라인 판매 등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청소년이 상대적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보고서는 "합성 니코틴 원액은 다수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며 "합성 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하게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일회용 전자담배의 중금속 위험성까지 드러난 만큼, 관련 법령 개정과 함께 판매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김다정 기자 (2426w@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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