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와이 장편소설 '동생' 출간…홍콩 청년의 상실과 연대, 문학으로 기록하다
정치와 가족, 고독과 헌신의 이야기…“뉴스는 사라져도 문학은 남는다”

'동생'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즈음해 태어난 남동생 탄커러와, 그보다 열두 살 많은 누나 탄커이의 시선을 번갈아 따라가며, 지난 20여 년간 홍콩이 겪어온 변화와 상실, 분노와 꿈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사업에 몰두하는 아버지, 산후우울증에 빠진 어머니, 결국엔 카페로 바뀌어버린 할머니의 집. 남매는 점점 파편화되는 가족의 틈바구니 속에서 서로를 유일한 정서적 버팀목으로 삼으며 자란다.
"나는 탄커러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고백처럼, 이 소설은 누이-동생 간의 사랑이라는 다소 낯선 프리즘을 통해, 육체적 연애가 아닌 절대적인 헌신과 신뢰의 사랑을 담아낸다.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통상의 관계 구도에 갇히지 않고, 시대의 고통을 함께 통과하며 형성된 두 사람만의 독자적인 결속은 묘하게 비현실적이면서도,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찬와이는 이 작품을 "홍콩에 대한 나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2014년 '센트럴 점령 운동' 당시, 최초로 지지 의사를 밝힌 10인의 작가 중 한 사람이며, 이후 격화된 감시와 검열 속에 타이완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은 그가 거리에서 만났던 수많은 '동생들'에 대한 기록이자 애도다. 최루탄 속에서도 광장을 지키며 홍콩의 자유를 외쳤던 젊은이들은, 작품 속에서 "천진하지만 속이 깊은", "외롭지만 불타오르는" 존재들로 살아 움직인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폭발하는 후반부는, 단순한 정치적 기록을 넘어선 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결국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동생 커러는 도시에서 사라지고, 누이 커이는 "백마를 타고 전장에 나가는 그를 보내는 일"이 사랑의 마지막 형태임을 깨닫는다. 이 결말은 '동생'이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이야기'가 아닌, '남겨진 이들이 오늘을 견디는 이야기'임을 말해준다.
찬와이는 '동생'을 통해, 정리되지 못한 과거가 어떻게 다음 세대를 더욱 격렬하게 흔드는지를 조명한다. "뉴스의 유통기한은 짧지만, 문학은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잊혀가는 시간과 사람들, 특히 '무명한 동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자 한다.
현실 정치의 혼란을 지나온 작가가 그려낸 이 서사는, 단지 홍콩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동생'은 혈연의 끈과 도시의 상처, 국가의 폭력과 개인의 저항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과 헌신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