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 5개 시·군 덮친 산불 “그래도 희망은 있다” [다시뛰자 T·K(경주APEC 성공예감)]

김병진 2025. 6. 26. 14: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악 화마 덮친 지자체 복구 한창
주민들 삶의 터전 되살리기 안간힘
여름철 장마·태풍 2차 피해 ‘걱정’
산불 발생 3달여가 지난 최근 청송군 달기약수터 모습 [청송군 제공]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권인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4개 시·군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수 십명의 인명이 목숨을 잃는 등 7일간 큰 아픔을 남겼다.

이들 지역은 당시 수많은 산림과 수천 채의 주택 등이 불에 탄 가운데 정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 20~21일 양일간에 결쳐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불의 피해 지역에 속하는 안동 의성 청송 영덕 등을 방문해 살폈으나 좀 처럼 생기가 살아나지 못했다. 이 곳들은 산불 발생 90여일이 지났지만 잃어버린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는 복구가 한참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미 한반도에 시작된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 때 산불 피해지에서 쏟아져 내릴 토사 유출 등 또 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곳곳에 불에 탄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매캐한 그을음이 얼마나 지독한지 지금도 코끝이 아릴 정도다. 큰 산불로 온통 생채기가 났던 경북북부 지역 주민들의 현장의 목소리 및 복구 상황 등을 살펴본다.

▶“슬픔·울분·걱정 가득”=화마가 덮치고 지나간 안동 임하면 신덕1리, 일직면, 청송군 파천면·청송읍, 영덕군 지품면·영덕읍, 영양군 석보면 등 주민들은 산불이 평범했던 일상들을 송두리째 바꿔놨다고 털어놨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근심이 가득하다.

안동 임하면 신덕1리 주민 A(70대)씨는 “70 평생 그런 난리는 없었다”며 “산불이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집으로 옮겨붙어 완전히 타버렸다. 지금도 불현듯 그 당시가 떠올라 두렵다. 꿈에도 몇번 나타났다. 생각하기도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임시주거시설이 내 집만 하겠느냐”며 “산불에 경운기 등 농기계가 다 타버려 농사짓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힘겨움을 토로했다.

청송군 파천면에 거주하는 80대 농민 B씨는 “무엇보다도 올해도 수해 대책도 세우기 전에 벌써부터 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와 큰 걱정이 앞선다”며 “집중 호우가 내리면 벌거벗은 산의 토사가 그대로 흘러내려 논과 밭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영덕군 지품면 국사봉 일대에서 생활하고 있는 60대 C씨는 “페허가 된 송이산을 보면 답답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친다”며 “멍하니 하늘을 쳐다볼때가 많다”고 현재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영덕읍의 70대 초로의 한 주민인 D씨는 “전국의 많은 사람들 도움의 손길이 반갑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질 것 같아 두렵다”며 “새집을 짓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67)도 “고통스러운 것은 주위로부터 그을음 등 탄 냄새를 매일 매일 맡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언제쯤 이 같은 냄새가 없어질지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봄을 느낄 여력이 없이 6월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들판에는 모종들이 쑥쑥 커가고 풀 냄새도 나 희망이 보인다”며 “부정적이 아닌 긍적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에서 화마와 마주해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E씨는 “그래도 산사람은 살아야 하는것 아니냐”며 “저는 모종과 농기계만 잃었지만 주위에 집과 가족을 잃은 이웃을 생각하면 생색도 못낸다”며 한낮 여름의 땀방울만 훔쳐냈다.

▶경북도, 산사태 등 산불 피해지역 재해 방지 총력=경북도와 경북북동부권인 안동·청송·영양·영덕·의성 등 5개 시·군은 최악의 화마가 덮친 지역을 생기가 넘치는 지역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23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북부지역 대형 산불로 산림이 초토화되면서 영농철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하는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화재가 발생,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유통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송이 등 일부 특산물은 법적으로 재난 피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 주민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작물 경작에 필수적인 농기계 6230대도 불타 영농활동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로 인한 사과 농가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농민들은 주 수입원이던 사과나무가 개화직전 불에 타 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마을 곳곳에 통째로 타버린 나무가 숱한 데다, 일부 남은 사과나무도 불에 노출돼 과실이 열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불에 노출된 사과나무는 연기를 장시간 흡수하고 재에 노출돼 한동안 정상적인 생육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국내 ‘송이’ 채취량의 30%를 차지하는 영덕군은 산불로 지품면, 축산면, 영덕읍 3곳의 송이산 4천㏊가량이 불에 탔다. 이는 영덕군 전체 산림피해 면적인 8050ha의 절반을 넘는 수치로 특히 지품면을 중심으로 한 피해가 컸다.

영덕은 최근 13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송이를 생산 중이며 지난 2023년에는 32톤, 2024년은 15톤이 각각 채취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불 피해 농어업인들이 신속하게 영농·어업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피해 주민들이 온전하게 일상생활과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정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김병진 기자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