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도 어색했던 아이들이 카네기홀에 섰습니다”

김지은 기자 2025. 6. 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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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저지한국학교 황현주 어린이합창단장
“2023년 백악관 이어 공연
한인들 눈물지으며 브라보
합창하면서 모국에 자긍심
‘우리’란 공동체 느낀 시간”
지난 21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한복을 입은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장구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고 있다. 뉴저지 한국학교 제공
황현주 뉴저지 한국학교 교장

“처음에 한국어 발음도 어색했던 아이들이 카네기홀에 설 만큼 성장했습니다. 한글학교에 이런 합창단이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지요.”

미국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 단장인 황현주(사진) 교장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두 차례 전화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이런 감격을 전했다. 이 합창단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에서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을 열었다. 한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것은 1891년 개관 이래 처음이다.

“전석을 메운 관객들이 곡이 끝날 때마다 브라보를 외쳤고, 박수도 끊이지 않았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많이 선 무대이지만 아이들이 맑은소리로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감동 받고 힐링이 됐다는 말들을 해줬어요. 미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한인 2세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그만큼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잘해줬고, 끝나고 나서는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어요.”

이날 공연에서는 한국 가곡, 동요, 가요, 클래식, 미국 팝 등 다양하게 선보였다. ‘가고파’ ‘아름다운 나라’ ‘나는 반딧불’ ‘송어(Die Forelle)’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등 16곡에 앙코르로 2곡을 더 부른 후 막을 내렸다.

합창단은 현재 단원이 50여 명으로 2015년 황 교장이 직접 기획·창단했다. “미국 안에서 소수 민족인데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이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합창 활동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심어주고 한국 문화를 미국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꿈꾸었던 일은 현실이 됐다. 2023년 4월 한·미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 공식 환영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부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에 다녀와서 갑자기 유명해졌지요.(웃음) 그런 뜻깊은 무대에 선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양국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아이들이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음악적 실력까지 인정받은 합창단은 미국 전역에서 꾸준히 공연 요청을 받고 있다. 그동안 유엔 주재 각국 대사 초청 공연을 비롯해 워싱턴DC 의사당, 한인 양로원, 뉴욕 메츠 야구 경기장 등 다양한 무대에서 매년 15회 이상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해외에서 동포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를 통상 ‘한글학교’라고 부르지만, 뉴저지 한국학교는 1983년 개교 때부터 한국 문화와 역사도 같이 가르치고 있어 한국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1974년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한 그는 주중엔 뉴저지주 패터슨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주말엔 한국학교 교사로 봉사해왔다. 15년 전부터 교장을 맡고 있으며 남편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이다.

“이제는 부모 세대도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한국학교가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실 때 보람되고, 그래도 잘 해왔구나 싶지요.” 한류의 영향으로 한글학교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한인 2·3세들이 한글학교에 다니고 한국어로 말하는 것에 자긍심이 커요. 한국 정부에서 교재를 보내주는데 초등교육까지만이어서 아쉬워요. 중학생을 위한 교재도 지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합창단을 이끌어 온 지난 10년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재정적인 후원이 없다 보니 반주자·지휘자·안무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무보수 자원봉사예요. 지금까지 이렇게 꾸려올 수 있었던 것은 학부모님들의 재능기부와 헌신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하지요.”

황 교장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합창단이라고 강조하며, 평소 아이들에게 전해온 생각을 이렇게 풀어냈다. “합창은 혼자 할 수 없잖아요. 옆 사람의 소리를 잘 듣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혼자 휴대폰을 보며 ‘나’만 존재하고, 점점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한국어의 ‘우리’라는 의미, 그 공동체 정신을 이해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합창단’, 더 나아가 ‘우리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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