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영 복귀작 '악의 도시', 개봉 후 호평 일색…"악과 선의 끝없는 대립"

허장원 2025. 6. 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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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지난 2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악의 도시'가 서늘한 심리 스릴러로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치밀한 전개와 현실을 반영한 문제의식, 그리고 배우 한채영, 현우성, 장의수가 이끄는 강렬한 연기 앙상블까지 더해져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품은 선의를 믿는 '유정', 믿음을 거부하는 '강수', 사람을 이용하는 '선희'라는 세 인물 사이의 파국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죽이거나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과 마주한다.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균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서사는 '선함'이라는 가치조차 타인의 손에 의해 위협으로 변할 수 있음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악의 도시'는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도시 키워드' 흥행 계보를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유머와 통쾌한 액션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조작된 도시'는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악의 도시'는 '도시'라는 공간을 배경 삼아 관계의 붕괴와 통제의 공포, 인간 본성의 이면을 조명하며 기존의 '도시' 영화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심리적 밀도를 선보인다.

특히 '악의 도시'는 단순한 악역 규정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집요하게 그린다. 믿음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유정'은 '선희'의 다정함을 호의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통제와 조종의 덫에 빠진다.

이를 지켜보는 ‘강수’는 위협을 직감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모든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가스라이팅, 교제 폭력, 스토킹 등 현실 속 감정 기반 범죄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 작품은 영화적 장르를 넘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사회 문제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깊이 있는 주제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건 무엇보다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다. 먼저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한채영은 스타 강사 '유정' 역을 맡아 선의를 지닌 인물의 내면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단단한 외면 너머 흔들리는 감정의 결을 차분하게 끌어올린 그녀는 지금껏 보여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특히 일상의 믿음이 위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극 안에서 유려하게 그려내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배우이자 이번 작품의 감독인 현우성은 '선희' 역을 맡아 스크린에 서는 동시에 메가폰을 잡았다. 그가 연기한 '선희'는 겉으로는 젠틀하고 배려심 넘치지만 그 속엔 철저한 통제 욕망과 이기심이 자리한 인물이다. 말보다는 침묵 속 눈빛과 표정, 조용한 말투 하나하나가 불안한 공기를 조성하며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연기 경력 속에서 쌓아온 내공과 신중한 연출력이 동시에 발휘된 '악의 도시'는 그에게 있어 배우와 감독 두 역할 모두에서의 도전이라 할 만하다.

또한 장의수는 믿음을 거부하는 현실적인 인물 '강수'로 분해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유정'을 지키려는 분노와 상처, 그리고 세상을 향한 냉소가 공존하는 캐릭터는 장의수가 그동안 다져온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다. 드라마와 영화, OTT까지 폭넓은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서늘한 현실 속 감정의 균열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드는 인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감독 현우성은 영화에 대해 "범죄 예방 영화"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악의 도시'는 '누구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는 불편한 진실을 시종일관 던지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관계 속 폭력과 위협을 드러낸다.

관계의 틈을 타고 조용히 파고드는 위협과 믿음이 무기가 되는 현실. '악의 도시'는 서스펜스를 넘어서 오늘날 가장 필요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뜨거운 여름날 얼음처럼 차가운 심리극을 만끽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선사하는 불편한 진실에 주목해 볼만하다.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 '악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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