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불장 증시`, 열풍과 광풍 사이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가지고 있던 코스피 상승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최근 팔았다. 여기서 더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보다는 단기 조정이 올 수밖에 없는 구간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판단은 틀렸고 다른 사람의 수익률을 보며 배가 아파졌다.
'국장(한국 주식시장) 하면 바보'가 '국장을 안 하면 바보'로 바뀌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최근 2년간 쉼없이 달려왔던 미장(미국 주식시장)에 국장을 빗대는 투자자도 있다.
지난해 유행처럼 번진 말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재벌 중심의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중복상장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리스크의 할인율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수치로 제시하지 못한다. 투자자들 역시 직감적으로 '우리나라 증시가 이정도는 아닌데' 정도는 느끼고 있었지만, "그럼 어느정도여야 하는데?"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의 상승장은 증시부양을 공약으로 내건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이끌고 있다. 상법 개정과 배당 확대 등으로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지배구조가 뜯어고쳐질 것이란 기대에 저평가 받았던 코스피가 이제야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상화의 끝이다. 한 시장 전문가가 주가는 밸류에이션과 실적의 합이라고 했다. 해당 기업의 현재가치와 향후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밸류에이션에는 기대감이 포함된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미장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인공지능(AI)이었다.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빅테크기업까지 시총 상위 종목들이 한 방향을 보고 움직였다.
당시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대비 수익이 높지 않다며 과거 '닷컴 버블'과 비교하며 'AI 버블'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 실적은 매년 말도 안되게 불어났고, 다른 기업들도 속속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시작된게 3개월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관세와 글로벌 정세를 고려하면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낮아지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것이 밸류에이션인가. 밸류에이션의 의미를 광범위하게 본다면 배당과 대주주 성향도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지금 코스피 상승세는 밸류에이션이 이끄는 것이 맞다.
최근 3년여간 코스피는 2500선에서 움직였다. 지금 코스피가 3100을 넘었으니, 코스피가 지금 멈춰도 그동안의 코스피 할인율은 20%가 된다. 당연히 10만원으로 평가받았어야 하는 주식이 그동안에는 8만원에 거래됐다는 의미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코스피의 '적정 수준'은 다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계속되며 유동성이 공급되고,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해 실제 기업들의 태도 변화까지 이끌어낸다고 가정한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역사적 최고점인 3316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미 기술적 지표는 코스피의 과열을 가리킨 지 오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코스피를 기술적 지표로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지표가 아니라는 의미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포모(소외공포)로 과열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의 열풍 분위기가 광풍으로 이어질 때를 주의해야 한다. 신용잔고가 늘어나고, 주식에 관심도 없었던 누군가가 투자를 시작하고, 이름도 몰랐던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의심을 시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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