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0만명 폐업·서울상가도 두자릿수 공실률 …“상권 무너진다”[새정부, 경기부양 시급하다]
“종로 가게들도 공 치기 일쑤
올 몇 집 건너 하나씩 문닫아”
“코로나때보다 손님 30% 줄어
1000만원대 월세 감당 안돼”
月 100만원도 못 번 자영업자
2023년 922만명… 75% 비중
임대료 낮춰도 공실률 증가세
충무로 22%·서울 시청 19%



“장사 안되는 날은 아예 공 치고 가기도 합니다. 올해 서울 종로 상권만 해도 몇 집 건너 하나씩 가게가 문을 닫고 있어요.”
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노래방에서 만난 사장 A 씨는 “하루 매상이 30만 원도 채 안 되는 날도 많다”면서 “600만 원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올해 들어 매상이 반 토막 나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한 명을 줄였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침체에 신음하는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소규모 점포나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시기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 때와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 위기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26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폐업한 사업자(법인·개인 포함)는 98만6000명을 기록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88만5000명)보다도 약 10만 명 많다. 업종별로는 ‘길거리 경기’로 불리는 소매업(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8000명), 음식업(15만8000명) 등의 순으로 폐업자가 많았다. 폐업률 기준으로는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이 높게 나타났다. 또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간이사업자의 폐업률(13.0%)이 일반사업자(8.7%)나 법인사업자(5.5%)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폐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월수입이 100만 원 미만인 개인사업자는 4년 만에 300만 명 넘게 늘어난 922만185명을 기록, 전체 개인사업자의 약 75.7%를 차지했다.
실제, 전국에서 취재진이 만난 소상공인들은 한목소리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7㎡(약 2.1평) 남짓한 라면집을 약 40년 운영해온 80대 신모 씨는 “쓰던 사람(직원) 둘을 내보내고 딸과 둘이서 장사를 하는 건 처음인데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된다”며 “올해 1월부터 매출이 절반 가까이 깎였다”고 호소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액세서리 가게에서 만난 50대 손모 사장도 “30년 동안 장사하면서 제일 힘들다”며 “코로나19 전까지 네 명까지 직원을 썼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못 쓰고 나 혼자 한다”고 울먹였다.
지난 19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여 년 동안 옷 가게를 운영 중인 40대 주인은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때보다 30% 이상 손님이 줄었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동성로는 약 100㎡ 점포의 경우 월세 1000만∼1500만 원인데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며 “점포마다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서울에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두 자릿수대를 기록한 곳이 적지 않았다.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충무로(22.5%)였다. 이어 시청(19.8%), 논현역(16.6%), 광화문(14.8%), 동대문(14.5%), 이태원(14.4%), 신촌·이대(13.8%), 명동(11.2%) 일대 순이었다.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앞 상권의 경우 점포 임대료를 평당 3만 원대까지 낮췄지만, 공실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상인들과 건물주들의 공통된 말이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현금 지원이나 빚 탕감 등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2년가량 고깃집을 운영해 온 40대 김모 씨는 “현금을 푼다고 소비가 쉽게 늘어날지 모르겠다”며 “일시적으로 대다수 자영업자에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업주 1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책 효과성 조사에서 주요 12개 정책 중 부채 탕감과 지역 화폐 정책은 각각 8위와 12위에 그쳤다.
이예린·노유정·박천학·이승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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