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배터리 담가 발열 잡는다”… 미래먹거리 ‘액침냉각유’ 선도[경제전쟁 파고, 압도적 경쟁력으로 넘어라]
윤활유에 서버 직접 담가 냉각
전선 등 부품 전혀 부식 안돼
운영비용 적고 탄소감축 효과
지난해 ‘e-쿨링 솔루션’ 출시
연내 ESS용 제품 공급 목표

지난 5월 28일 서울 강서구 에쓰오일 TS&D(Technical Service & Development)센터. 윤활유 신사업 연구·개발(R&D) 전진기지인 윤활실험동 내부 엔진조정실에 설치된 수조에는 200ℓ 규모의 ‘액침냉각유’가 들어 있었다. 기름에 담긴 서버의 모습이 훤히 보였고, 전원이 켜진 상태로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3개월 가까이 담겨 있었지만 서버 외관은 물론 전선 등 부품까지 녹슨 곳 하나 없이 깨끗했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달아오른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액침냉각유가 업계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에쓰오일의 대표 신사업이기도 한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용 서버,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전기차(EV) 배터리 등을 액침냉각유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을 말한다.
액침냉각에서 특수 플루이드 역할을 하는 액침냉각유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일종의 윤활유다. 에쓰오일은 냉각 성능을 최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포뮬러 구성을 액침냉각유의 핵심 기술력으로 보고 이를 위한 R&D에 집중하고 있다.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는 서버는 글로벌 서버 업체 제품으로, 액침냉각유에 잠긴 채 일정 온도로 작동되고 있었다. 유체 온도는 줄곧 37도를 유지했다. 서버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적정 온도인 셈이다. 실험실에서 만난 연구원은 “서버 특정 부위의 온도가 올라가면 서버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액침 냉각을 통해 즉각적으로 발열을 잡는 것”이라며 “열을 흡수한 유체의 온도 또한 올라갈 텐데,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외부로 순환돼 냉각된 후 다시 공급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리에 기반한 액침냉각은 차가운 공기를 통해 열을 관리하는 공랭식 대비 뛰어난 냉각 효과를 자랑한다. 또 전력 소모량이 적어 중장기 운영 비용이 낮고 탄소 배출 감축에 효과적이다. 서버 하드웨어 발열과 먼지, 수분 등으로 인한 문제를 제거해 기기 고장 위험을 줄인다는 이점도 있다.
통상 유체라고 하면 노란색 액체가 연상이 되지만, 실험에 사용된 액침냉각유는 언뜻 물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투명했다. 고급 기유인 그룹3 기반으로 생산돼 불순물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에쓰오일은 제품 성능을 확실히 보증하기 위해 최소 3개월 이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전선이나 부품이 액침냉각유에 장기간 담겼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호환성 테스트도 필수로 거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시장이 완벽히 형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유를 사용할 서버 회사부터 서버 회사에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업체, 액침냉각유 공급사까지 관련 기업들이 상용화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며 “에쓰오일도 다수의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에쓰오일이 액침냉각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2022년 3억3000만 달러(약 4513억7400만 원)에서 2032년 21억 달러(2조8723억8000만 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액침냉각유 사업의 진출을 공식화한 에쓰오일은 ‘e-쿨링 솔루션’ 출시를 계기로 저점도 제품부터 고인화점 제품까지 제품군을 구축했다. 최근엔 ESS·EV 배터리팩·모듈 전문 제조기업인 범한유니솔루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액침냉각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연내 ESS용 액침냉각 제품 공급을 개시하겠다는 목표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다. 범한유니솔루션은 액침냉각 기술을 확대 적용해 국내 최초 순환식 액침냉각 EV 배터리팩을 개발, 이를 범한자동차 전기버스에 탑재해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축적된 연구역량을 통해 제품 용도에 따른 품질 개선 연구를 지속 진행할 것”이라며 “국내외 고객사에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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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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