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레일바이크·남이섬 힐링… 오랜만에 되돌아가본 청춘[자랑합니다]

2025. 6. 26. 09:1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자랑합니다 - 고교동창 부부 모임 ‘쌍육절 소풍’

전북특별자치도의 한 고등학교 동창들의 이색 ‘연례행사’가 있다. 매년 6월 6일 부부동반 나들이를 ‘쌍육절 소풍’(사진)이라 부른다.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50여 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해가 갈수록 불어나 한때(2008년)는 싱글 포함, 커플 40쌍 등 120명에 육박해 관광버스를 4대나 동원해 설악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관광차 3대는 기본. 부인끼리도 친해져 가상의 여고생이 된 지 오래이다. 오죽하면 그해 중앙 일간지 에 ‘끈끈한 이색 동창회’라는 주제로 그들의 이야기가 전면기사로 나왔겠는가. 현충일인지라 순국선열님들께는 미안하나, 날짜 바꾸기가 좀 ‘거시기’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그들만의 미풍이다. 코로나가 창궐한 3년은 실시하지 못했다. 야심 차게 100여 명이 금강산 유람을 계획했으나 막히는 바람에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래도 20회가 넘어가면서 다른 기수 동문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해 회장단의 가장 큰 숙제는 이 소풍의 기획. 올해는 용산역에서 청춘열차(ITX)를 타고 춘천과 남이섬 그리고 강촌역까지 가는 레일바이크 여정이 콘셉트. 이제는 6학년 9반, 해마다 참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커플 14쌍에 싱글 15명, 50명을 밑돌아도 모두 표정이 밝았다. 정초 신년인사회, 소풍, 천렵 등 1년 3번이 공식모임. 참가자가 많을수록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신년회는 70명이 넘으니 그나마 기특하다. 참가자와 후원자들 선물을 짱짱하게 준비했다. 고급 타월은 필수이고 ‘형수’(친구의 부인을 부르는 우리만의 애칭)들을 위한 예쁜 양산과 모두에게 드리는 모자는 회장의 야심찬 기프트. 올해는 ‘왕회장’(고교 총동창회 회장을 역임)의 의미 있는 선물이 화제가 됐다. 모교 후배인 전 국회의원의 신간 50권을 구입, 저자에게 친구 이름들을 직접 쓰게 했다. 이념,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이 책만큼은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거금을 아끼지 않았다고.

남이섬은 삭막한 대처생활을 하면서도 어쩌다 한번 익어가는 나이의 옆지기와 친구 그리고 자녀들과 함께 걸어봐야 할 우리 삶의 ‘숨통’이다. 멋진 숲길을 걷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섬. ‘겨울연가’ 드라마를 보셨으리라. 일본의 찐팬들이 인증샷 찍느라 바빴다. 27살 때 지은 한시를 왜곡 해석한 간신배들에 의해 희생당한 남이 장군의 이름을 땄지만, 민병도 선생의 혜안과 강우현 선생의 아이디어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힐링명소이다. ‘나미공화국’에는 여권도 있다. 강 선생은 제주에서 ‘탐라공화국’도 만들었다. 조만간 일삼아 하루종일 부부 또는 핵가족, 친구들끼리 산책을 해보시라. 도시락 싸 가지고 와 멍 때리기 시간도 가져보시라. 자전거를 빌려 섬 한 바퀴를 돌아보시라. 소확행(작으나 확실한 행복), 즐거움이 싹터 오를 것이다.

춘천에 오면 핫 플레이스 ‘학곡리 닭갈비 막국수’를 찾아야 한다. 맛점한 후 직행한 곳이 스카이워크. 60대 후반 선남선녀 인증샷 단체 사진은 필수. 거대한 소양강 처녀 동상을 보니 그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이제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정주영 회장의 어록도 생각났다. “못하는 건 자신들의 책임이고 바보이다.”

이제는 6㎞가 넘는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시간이다. 김유정역에서 강촌역까지 1인 1만6000원인데도 전혀 아깝지 않고 탈 만하다. 일행은 모두 동심이 된다. 아내와 함께 북한강을 옆에 끼고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페달을 굴려대는 초로 가장들의 환한 웃음도 좋았다. 오랜만에 부부는 손을 맞잡고, 친구들은 서로 근황을 물으며 수다를 떨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우리가 언제 이 나이에 청춘열차를 타볼 것인가. 열차 내에서도 삼삼오오 수다가 이어지다 용산에 도착한 게 밤 9시. 내년에, 아니 2026년 신년회에서 다시 반갑게 만나자. 이런 소풍, 1년에 한 번쯤 같이 익어가는 나이에 아내와 친구들과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 내년엔 막혔던 금강산 관광길이 트였으면 좋겠다.

최영록 <생활칼럼니스트>

‘그립습니다 · 사랑합니다 · 자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 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