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찾은 박선영 진화위원장…유족들 “당장 나가라”

고경태 기자 2025. 6. 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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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추도식엔 안 오면서 25일 들러리 방문”
“고귀한 희생“이라 적힌 근조화환에도 반발
25일 오후 대전 산내 골령골 제1학살지를 방문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전미경 대전 산내사건 피학살자유족회장과 임재근 대전 골령골 대책회의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항의를 듣고 있다. 대전 골령골 대책회의 제공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현장인 대전 동구 산내동(옛 산내면) 골령골을 찾았다가 유족과 인권단체 활동가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은 75주기 골령골 피학살자 합동 위령제 행사를 이틀 앞두고, 근처 다른 행사에 참석한 뒤 이뤄진 박 위원장의 이날 방문을 “유족을 존중하지 않는 들러리식 방문”이라고 비판했다.

25일 진실화해위와 대전 골령골 대책회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주최 6·25 전쟁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인근에 있는 대전 산내 골령골 제1학살지를 방문했다. 애초 대전 산내사건 피학살자유족회와 대전 골령골 대책회의는 박 위원장이 27일로 예정된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사건 제75주기 피학살자 합동위령제 참석대신 이날 골령골에 오겠다고 하자 “유족을 존중하지 않는 들러리식 방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이 이날 골령골 방문을 진행하자 유족과 인권활동가들은 “무슨 자격으로 왔냐, 당장 나가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방문 일정을 강행하며 대전 동구청 직원으로부터 골령골에서 평화공원사업 추진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25일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대전 산내 골령골 제1학살지에 보낸 근조 화환.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에 유족과 활동가들이 항의했다. 대전 골령골 대책회의 제공

박선영 위원장이 보낸 근조화환 문구도 문제가 됐다. 화환에는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임재근 대전 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은 화환을 손에 든 채 “국가에 의한 희생이 어찌 '고귀한 희생'이냐”고 강하게 따졌고, 박 위원장은 “희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족들은 ‘고귀한 희생’이라는 표현이 참전군인 등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에는 쓸 수 없는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국 각지의 민간인들이 최소 3000여명 이상 처형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 6월28일부터 7월17일까지 대전형무소(현 대전교도소) 재소자와 인근 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들이 미군 트럭에 실려와 헌병대와 경찰에 의해 학살당했다. 특히 이날 박 위원장이 찾은 제1학살지는 유해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고, 매년 위령제를 지내는 공간이다.

전미경 대전 산내사건 피학살자유족회장은 한겨레에 “박선영 위원장이 27일 골령골 피학살자 추도식에 와서 경건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면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추도식이 예정된 사실을 알면서 이틀 전 국가행사에 참여한 뒤 곁다리로 들렀다”며 “종합보고서에 자기 성과를 적으려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대전 산내 골령골을 방문한 25일, 27일 추도식을 알리는 펼침막과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함께 붙어 있다. 대전 골령골 대책회의 제공

이날 대전지역 시민단체 연대체인 ‘세상을 바꾸는 대전 민중의 힘’은 성명을 내어 “박 위원장은 항의하는 유족회와 활동가의 태도를 지적하며 가르치려 드는 등 안하무인 언행을 이어갔고, 기어이 ‘골령골에서 브리핑받는 진실화해위원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5월26일 조사 기간이 만료된 뒤 ‘현장 중심의 소통 행보’를 강조하며 전국의 진실화해위 조사 대상 지역을 돌고 있다. 지난 5월 납북귀환어부와 관련한 강릉 지역, 6월 중순 민간인 희생사건과 관련한 전남 신안과 무안 지녁 방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지역 방문이다. 정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지부장은 한겨레에 “2기 초대 정근식 위원장은 지역을 많이 돌았다. 당시 정 위원장은 2기 진실화해위 출범 초기에 신청접수 홍보가 필요해 위원회를 많이 알려야 했고, 다양한 지역의 신청인과 유족들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며 “하지만 (조사를 마치고 보고서 작성을 하는) 지금 지역을 돈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임기는 2기 진실화해위 활동이 종료되는 11월26일까지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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