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의 약속 : 채소와 과일이 내 몸의 암을 막는다 [건강한겨레]
김정선 대한암예방학회 회장 특별기고
질병관리청, 하루 500g 이상 섭취 권장
청소년의 경우 1.4%만이 권장량 먹어
부족 땐 면역력 저하, 당뇨병·암 등 원인
일부 보충제는 되레 암 재발률 높일 수도
“건강 식습관 위해 식품으로 섭취해야”

채소와 과일은 인간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식품군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400g,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500g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선, 건강 수명 연장과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전략적인 권고입니다.
하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채소·과일 섭취량은 권장량에 못 미치며,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의 섭취 부족이 두드러집니다. 국민의 약 22%만이 하루 500g 이상을 섭취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1.4%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수치도 존재합니다. 채소·과일 섭취 실태를 살펴보면, 성인과 노년층의 섭취율도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연령이 낮을수록 과일보다 가공식품과 음료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지역 간 차이도 존재하며, 농촌 지역보다 오히려 도시 지역에서 신선 식품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김치를 제외한 생채소의 섭취는 더욱 미미한 수준으로, ‘식물성 다채로운 식단’이라는 이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시간 부족, 손질의 번거로움, 가격 부담, 접근성의 불균형 등으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섭취 부족의 결과로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면역력 저하와 만성 염증 위험이 증가하며, 심혈관계 질환, 제2형 당뇨병, 비만, 암 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식이섬유 섭취 부족은 장 건강을 악화시키고, 위장 질환 발생률을 높이며, 유익균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 부족은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의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채소와 과일을 좀더 쉽게 섭취할 수 있을까요? 첫째, 손질이 간편한 형태로 제공되는 세척 채소나 컵 과일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가정에서 채소를 넣은 샌드위치, 볶음밥, 비빔국수 등 다양한 레시피를 통해 식사에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냉동채소와 냉동과일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영양소 손실이 적고 보관과 조리가 간편하므로 자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넷째, 학교나 직장에서 샐러드 바나 과일 간식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주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섭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회·경제적 요인도 섭취량에 큰 영향을 줍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다양한 식품에 대한 선택권이 넓어지며, 자연스럽게 채소와 과일 섭취량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저소득층에서는 가격과 접근성 문제로 신선한 식품보다는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문화적 요인도 작용합니다. 일부 청소년은 과일을 ‘여성적인 음식’으로 인식하거나, 미디어에서 자주 노출되는 패스트푸드와 단맛 위주의 식사에 영향을 받아 채소와 과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 환경과 식사 구조도 큰 변수입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식사하고, 건강한 식사를 실천하며, 채소와 과일을 자주 섭취하면 자녀의 섭취량도 증가합니다. 부모가 건강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모범을 보일 경우 청소년기 식습관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여럿 보고됐습니다. 지역적 여건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식품 사막’(food desert)이라고 불리는 농촌 지역에서는 대형마트 접근성이 낮고 교통수단이 부족해 신선 식품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채소와 과일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파이토케미컬과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산화 작용, 항염 효과, 면역 증강 기능을 통해 각종 질병 예방에 기여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토마토의 라이코펜, 당근의 베타카로틴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는 데 기여합니다. 이들의 섭취는 실제로 주요 암 발생률 감소와 연관돼 있습니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입증됐습니다. 특히 다채로운 색상의 채소와 과일은 각각 고유의 항산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가능한 한 다양한 색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보충제로 섭취할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일부 항산화 보충제는 암 환자의 재발률을 높이거나 전체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식품 형태로 직접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양한 식품군을 고르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식습관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긍정적인 정보 전달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잘못된 정보나 외형 중심의 콘텐츠는 왜곡된 건강 이미지를 형성하고, 청소년의 부적절한 체중조절 시도와 불균형한 식습관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의 질 관리와 건강 교육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전반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실현돼야 합니다. 교육, 가격 정책, 식품 가용성, 식생활 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채소와 과일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이는 질병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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