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미식회] 디즈니는 웰메이드 콘텐츠 강자가 될 수 있을까?

김지은 기자 2025. 6.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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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가 정통 추리물 <나인 퍼즐>로 승부수를 던졌다. 과연 디즈니플러스는 웰메이드 콘텐츠의 강자가 될 수 있을까.
디즈니플러스 제공

[우먼센스] 폭우가 쏟아지던 서울의 밤, 전임 한강경찰서장이었던 윤동훈(지진희)이 자택에서 피살된다. 그와 함께 살고 있던 조카 윤이나(김다미)가 시신의 최초 발견자였다. 한강서 강력팀 신입 형사 한샘(손석구)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하는 윤이나를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사건은 결국 진범을 찾지 못한 채 미제로 남고 만다. 10년 뒤, 프로파일러가 된 이나는 여전히 그녀를 불신하는 한샘과 미스터리한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 뛰어든다.

지난 5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나인 퍼즐>은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10년에 걸쳐 벌어진 연쇄살인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고, 요즘 가장 주목받는 배우 손석구와 김다미가 주연으로 나서, 일찌감치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힌 작품이다. 총 11부작으로 방영을 마친 뒤의 성과도 기대치를 만족시킨다. 2023년 흥행작 <무빙> 이후 디즈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한국 시리즈로 등극했고, 세계 최대 영화·드라마 데이터베이스 IMDb에서 모든 에피소드가 8.0 이상의 평점을 기록하는 등 완성도도 호평받았다.

<나인 퍼즐>의 여러 호평 요인 가운데 제일 돋보이는 것은 웰메이드 추리물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뒤섞은 복합장르물이 주류가 되면서 정통 장르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최대한 많은 관전 포인트를 제공해 폭넓은 시청층을 사로잡는 전략도 좋지만, 정통 장르물만의 미학이 희미해지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런 와중에 <나인 퍼즐>은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추리물로서 장르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드라마 곳곳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과 <소년 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 등 이 장르 대표작들이 모티브로 등장하고, 아홉 개의 미스터리 퍼즐이라는 소재를 통해 흩어진 단서를 꿰어맞춰 진실을 밝혀내는 추리물의 핵심 묘미를 농축시켰다. 풍부한 서사를 함축한 퍼즐의 디자인, 잔혹동화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 듯한 공간 디자인 등 미학적 완성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반영한 주제 의식도 인상적이다. 고전적 추리물인 '후더닛'(whodunit: 누가 범인인가) 전개를 따라가던 <나인 퍼즐>은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누구'보다는 '왜'에 집중한다. 범인이 매번 살인 현장에 퍼즐을 남긴 것은 많은 추리물에서 수사관에게 도전했던 연쇄살인마들처럼 추리 게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즉 퍼즐 자체가 범죄 동기를 알리기 위한 매개체였다. 퍼즐의 의미를 파헤쳐가던 이나와 한샘은 연쇄살인의 배경에 한강구 지역 재개발 참사와 은폐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여기에 '재개발 공화국'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현실이 겹치면서, <나인 퍼즐>은 사회파 추리물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나친 설명식 전개로 추리물의 묘미가 약화되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 나가는 범죄 스릴러물을 그저 잘 만든 오락물로만 남기지 않으려는 고심이 엿보여 흥미롭게 다가온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나인 퍼즐>은 디즈니플러스의 운명적 시험대이기도 하다. 현재 디즈니플러스는 모기업인 디즈니의 실적 위기 아래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 이에 디즈니플러스는 올해와 내년, 역대급 한국 드라마 라인업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 중이다. 김수현 주연의 시대극 <넉오프>가 예상치 못한 이슈로 배우 이슈로 무기한 연기됐음에도, 남은 작품들의 면면이 넷플릭스 드라마 라인업을 능가한다.

전지현, 강동원의 첩보멜로 <북극성>,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의 범죄물 <파인: 촌뜨기들>, <추노>의 천성일 작가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손잡고 로운, 신예은, 박서함이 출연하는 사극 <탁류>,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현빈, 정우성이 만난 시대극 <메이드 인 코리아>, 영화 <관상>, <더 킹>의 한재림 감독과 수지, 김선호의 미스터리 멜로 <현혹> 등 하나하나가 텐트폴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본격적인 대작 행렬에 앞서 올해 3월 선보인 설경구, 박은빈 주연의 <하이퍼나이프>가 이미 웰메이드 메디컬 스릴러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바 있다. 그 뒤를 이은 <나인 퍼즐>의 성취는 디즈니플러스라는 브랜드에 신뢰를 더하고, 앞으로 공개될 드라마 라인업에 더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선영 TV 평론가

<경향신문>·<한겨레신문>·<시사인> 등에 TV 칼럼을 연재했고, <한국방송대상>·<서울드라마어워즈>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MBC 시사/교양 <탐나는 TV>, MBN 시사/교양 <열린 TV 열린 세상>,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 출연 중이다. 공저로는 <K 컬쳐 트렌드 2024>가 있다.

CREDIT INFO

기획 김지은 기자

김선영(TV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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