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현수막

김재근 선임기자 2025. 6.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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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군부대가 이동할 때는 으레 긴 현수막이 앞장선다.

1970-80년대에는 시위나 집회에 현수막이 단골로 쓰였다.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도 현수막을 이용한 광고는 꽤 영향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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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내 곳곳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비난하는 낯 뜨거운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재근 선임기자

현수막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고대나 중세에도 길다란 깃발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들고 다니거나 세워뒀다. 왕은 깃발로 행차를 알렸고, 군부대는 상징문양이나 부대 이름, 직책을 쓴 깃발을 들고 다녔다.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군부대가 이동할 때는 으레 긴 현수막이 앞장선다. 1950-60년대만 해도 장례를 치를 때 장대에 길게 매단 만장이 맨 앞에 서곤했다.

현수막이 사적이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이다. 가게나 주막, 공연장에서 천에다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1970-80년대에는 시위나 집회에 현수막이 단골로 쓰였다. "독재 타도" "유신 철폐" "00는 물러가라" 등의 글귀가 단골로 등장했다. 한글 가로쓰기가 정착되면서 현수막의 형태도 가로로 바뀌었다.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도 현수막을 이용한 광고는 꽤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설치 장소가 제한적이고, 붙였다 떼었다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제작비가 저렴하고 인구 밀집지역이나 도로변에 설치하면 효과가 꽤 크기 때문이다. 지역 단위에서 이뤄지는 개업이나 세일, 행사, 캠페인 등에 특화된 광고 방식이다.

요즘 대전시내 곳곳에 볼썽사나운 정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하나는 대전의 모 구청장이 측근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정치인이 검은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각각 내건 현수막이다. 한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다른 쪽에서 지역과 무관한 20여년 전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대선도 끝났는데 왜 이처럼 이전투구가 벌어지는지 개탄스럽다. 새정부를 상대로 지역 공약과 현안을 챙겨야 할 판에 오로지 상대방 죽이기에 나선 듯한 모양새다. 시민들로서는 진위를 알 수 없는, 문제가 되면 수사를 하면 될 일이다. 지정 게시대도 아닌 곳에 정치권이 이처럼 무소불위로 현수막을 내걸어도 되는지... 어린 학생들에게 '금품 수수' '접대부' '검은 돈' 같은 낱말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21세기에 지역 정치는 되려 퇴보하고 있다. 참담함과 부끄러움이 정치인 몫인가? 대전 시민들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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