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인가'... 기성용의 뜨거운 안녕 직후, 서울-포항 '주말 빅뱅'
오는 29일 서울-포항 K리그1 맞대결 예정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FC서울이 포항 스틸러스와의 이적설에 휩싸인 '구단 레전드 선수' 기성용과 '잠시' 이별한다고 밝혔다.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를 피도 눈물도 없이 타팀으로 보내는 서울의 '레전드 대우'는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지 싶을 정도로 선수와 팬들에게 가혹했다.
눈물을 머금고 친정팀을 떠나는 기성용은 자신의 SNS의 장문의 글을 남기며 서울 팬들에게 '뜨거운 안녕'을 전했다. 그리고 오는 주말, 기성용을 사이에 둔 서울과 포항이 공교롭게도 리그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서울은 25일 "FC서울의 영원한 레전드 기성용이 팬들에게 잠시 이별을 고한다"며 그가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현재 서울과 계약 기간이 6개월가량 남은 상황이다.
구단은 이어 "이번 결정은 올 시즌 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이 남은 선수 인생의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며 이뤄지게 됐다. 오래된 인연만큼 서울과 기성용 모두 긴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서울은 기성용에게 영원한 '레전드'로서의 모든 예우를 다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축구인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은퇴식도 함께하겠다"며 "이번 일로 마음속에 큰 상처를 받으신 팬들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구단과 선수의 약속이 성실하게 지켜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팬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다. 기성용은 2007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를 했으며 셀틱, 스완지, 선덜랜드, 뉴캐슬 등 해외파 시절을 제외하면 K리거로는 오직 서울에서만 9시즌 218경기를 뛴 레전드다. 서울 팬들에게 그야말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그런 기성용의 이적설을 듣고 팀에 배신감을 느낀 서울 팬들은 구단 모기업인 GS그룹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펼치고, 구단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 근조 화환을 보냈다. 또한 구단 공식 SNS에 "근본도 낭만도 성적도 없는 팀", "레전드를 버리는 구단에게 역사와 미래란 없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2018년 데얀을 수원 삼성으로, 2020년 국내로 복귀하는 이청용을, 2021년 박주영을 울산 HD로 보내며 통곡했던 서울 팬들은 4년 뒤 더 큰 슬픔을 안게 됐다. '레전드 대우'는커녕 기성용을 향한 서울의 대우가 부정적인 의미로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는 작금의 사태다.

서울 구단의 공식 발표 후 몇 시간 뒤, 기성용이 SNS에 서울 팬들을 향한 작별인사를 남겼다.
기성용은 "얼마 전,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이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고 하셨습니다"라며 "그런데 가족들,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 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장으로서 이게 내 욕심인 걸까 깊이 고민도 했지만 가장 솔직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FC서울은 제 고향입니다. 제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습니다"라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따뜻한 마음으로 기성용을 배웅했다.
이런 와중에 공교롭게도 오는 29일, 서울과 포항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시즌 시작 전에 미리 결정된 일정인데, 공교롭게도 기성용의 이적설로 시끄러운 와중에 두 팀이 만나게 됐다.
기성용의 뜨거운 안녕.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뜨거울지도 모를 서울과 포항의 맞대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하 기성용 SNS 게시글
얼마 전,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이제 은퇴해야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되어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족들, 그리고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써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 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참는 것이 선수로써 참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물론 노장으로서 이것이 내 욕심인 걸까 깊이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만 집중해 봤을 때 '뛰고 싶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가장 제 솔직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선수로써의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품어주신 박태하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실 거고 받아들이기 힘드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 왔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선수 생활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저도 아직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서울 팬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저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축구선수로서 남은 시간 모든 것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려 봅니다.
FC서울은 제 고향입니다. 제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습니다. 지금껏 함께했던 동료들과 FC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합니다. 깊은 애정과 응원으로 늘 저를 일으켜 주었던 여러분들의 그 사랑은 늘 감동이었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 많이 응원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세요!
이런 소식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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