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이재명 대통령의 '개그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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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나 본 이재명 대통령은 농담을 즐겨 한다.
"나 없어서 좋았다면서요?" 대통령의 해외 방문 기간 동안 '무두절'(직장 상사가 없는 날)을 즐겼냐는 장난 섞인 인사였다.
이 대통령의 농담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불편한 동거' 중인 국무위원들에게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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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만나 본 이재명 대통령은 농담을 즐겨 한다. 좌중을 웃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한마디로 익살스러운 성격이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어릴 적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지난 19일 새벽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캐나다에서 귀국했을 때다. 피곤할 법도 한데 공항에 마중 나온 강훈식 비서실장을 보자마자 농담부터 꺼냈다. "나 없어서 좋았다면서요?" 대통령의 해외 방문 기간 동안 '무두절'(직장 상사가 없는 날)을 즐겼냐는 장난 섞인 인사였다. 참모들은 긴장을 풀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통령의 농담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불편한 동거' 중인 국무위원들에게도 향했다. 지난 5일 첫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들에게 "좀 어색하죠. 우리 좀 웃으면서 합시다"라며 분위기를 녹였다. 이후 국무회의가 몇 번 더 열렸다. 냉랭했던 첫 회의와 달리 요즘엔 이 대통령 발언에 좌중이 폭소를 터뜨리는 일이 왕왕 있다고 한다.
유머에도 종류가 있다. 이 대통령은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 자신을 낮춰 웃음을 유발하는 스타일이다. 3년 전 일이다.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통령은 직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초선 의원 배지를 달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조별 토론 중 옆에 앉은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당대표 도전 여부를 물었다. '대선 패장의 당대표 출마는 과욕 아니냐'는 속내가 담겼다. 이때 이 대통령은 "나는 그래 봐야 개밥에 도토리"라고 답해 웃음을 줬다고 한 참석자는 추억했다. 친문재인계가 주류였던 당시 '나는 계속 도전하지 않으면 밀려나는 비주류'라는 항변을 이 대통령은 돌려서 한 셈이다.
국가 지도자의 막중한 책임에 비춰 가벼운 태도 아니냐고? 하지만 전임 대통령들은 지나치게 비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성난 목소리로 "OO 척결"을 외쳤다. 그러다 뜻대로 안 풀리자 불법 계엄이란 자폭으로 내달렸다. 식식거리는 압력솥 같던 그에게 유머로 한 김 뺄 여유가 있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유머와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때로 꽉 막힌 듯한 인상을 줬다. 반면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농담을 즐겼다.
유머는 태도라고 한다. 자신을 기꺼이 웃음의 소재로 삼는 겸손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배려가 깔려 있다.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이었던 계엄 이후 리더십에 필요한 덕목이다. 언젠가 이 대통령에게도 시련이 닥칠 것이다. 농담처럼 지혜롭게 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
"밤낮으로 나를 짓누르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웃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죽었을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 애이브러햄 링컨이 남긴 말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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