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회생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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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를 위해 채권자 등과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제도다.
채무자의 신청을 검토한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내리면, 채권자 등의 권리가 계획에 따라 변경되어 채무가 면제되거나 기한이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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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를 위해 채권자 등과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조정하는 제도다. 채무자의 신청을 검토한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내리면, 채권자 등의 권리가 계획에 따라 변경되어 채무가 면제되거나 기한이 연장된다.
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는 법원에 재산 및 수입 상황 등을 알려야 하는데, 허위로 보고하여 유리한 인가결정을 받으면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회생계획 자체가 채권자에게 일정한 손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채무자의 재산 및 수입 상황 등을 법원에 보고한 내용이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유무죄가 결정될 것이다.
월 440만 원을 받으며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회생신청자가 추가수당 명목으로 월 170만 원 정도를 아내 명의 계좌로 받고도 법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사기죄일까? 소개할 사건에서 채무자는 11억 7400만원 정도의 채무 중 7억 3500만원이 면제되는 내용의 인가결정을 받았는데, 항소심(대구고등법원)은 채무자가 부인 명의로 수령한 추가수당을 급여액에 포함할 경우 추정 총급여액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등의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소득을 숨긴 것이니, 수긍이 가는 결론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무죄취지로 파기했다(2025. 6. 12. 선고 2024도13139 판결). 채무자가 추가수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보고를 하지 않았을 여지가 있고,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지는 않았으며, 추가수당을 사실대로 법원에 알렸더라도 성격이나 금액 등을 고려했을 때 장래 추정소득이나 회생계획 변제율이 변경되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형사법의 중요한 원칙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위와 같은 법원칙에 결론적으로는 부합하는데, 타당한 결론인지는 의문이다. 피고인의 고의나 실제 범행 여부 자체가 의심스럽다면 원칙에 따라 무죄로 판단해야 하겠지만, 의심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다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명자료를 허위로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추가수당을 법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추가수당을 부인의 명의로 받았다면, 수입을 숨기려는 고의도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법률적 평가를 잘못했을 여지가 있다며 면죄부를 주었는데, 형법은 '자기의 행위가 죄가 안 된다고 오인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제16조)'라고 규정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법률의 착오를 인정하고 있다. 채무자가 추가수당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은 아니었다고 판단할 수는 있는데, 회생절차에 보다 성실히 임하려면 수당이 일시적이라는 사정을 설명하여 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대법원은 결론이 달라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피고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보았는데, 이 판결이 회생을 신청하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면죄부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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